<포럼>임금피크 根源(근원) 도외시한 대법원 판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이 60세 언저리에 있는 직장인들의 급여가 당분간 좀 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예를 들어 55세) 이후부터 급여를 낮춰 지급하는 제도다.
이번 판결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급여를 삭감하는 것이 무효라고 했다.
임금피크제는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형 급여 제도 때문에 도입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나이 60세 언저리에 있는 직장인들의 급여가 당분간 좀 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임금피크제에 대해 대법원이 부분적이지만 무효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예를 들어 55세) 이후부터 급여를 낮춰 지급하는 제도다. 이번 판결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급여를 삭감하는 것이 무효라고 했다. 합리적 이유가 애매하므로 기업으로선 난감하다. 특히, 여러 눈치를 봐야 하는 대기업들은 예전처럼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판결로 인해 장기 근속자의 급여가 올라갈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퇴직 압력이 높아지고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다. 청년 고용도 감소할 것이다. 해결하려면 판례를 변경하거나 국회가 입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임금피크제는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형 급여 제도 때문에 도입됐다. 문제는, 급여는 올라도 근무 성과가 같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40세 정도까지는 경력이 늘수록 대체로 일의 성과도 높아지지만, 그 후부터는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50세가 넘어가면 나이와 성과는 오히려 반비례한다. 생물학적으로 몸과 마음이 늙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부를 게을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OECD가 수행한 성인역량조사(PIACC)의 연령별 문해력 점수 차는 그 현실을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 청년층(16∼24세)의 문해력은 OECD 회원국 중 4위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나이와 더불어 급격히 하락해 55∼65세는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 원인은 공부를 게을리하기 때문이고 결과는 낮은 생산성이다. 그런데도 급여는 높아지니 심각한 병리 현상이다.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기여한 것보다 더 많이 받아가는 사람은 퇴직의 압력을 받기 마련이다. 개별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려웠기에 정년이란 제도가 생겨나 (예를 들어) 55세가 되면 무조건 회사를 나가야 했다. 그것도 부족해서 조기퇴직, 명예퇴직 같은 관행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대상자 중에는 돈 좀 덜 받더라도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정년을 늘리는 대신 급여는 줄이는 임금피크제는 타협책으로 나왔다.
급여가 일률적으로 삭감되니 개별적으로 부당한 경우가 생긴다. 생산성이 나이와 더불어 떨어지는 것은 평균적 현상이다. 절반은 평균보다 높고 절반은 낮을 테니 일 잘하는 절반은 억울하다. 대법원 판결은 그 문제를 지적한 셈이지만, 평균보다 생산성이 낮은 사람의 문제는 외면했다. 개별적인 예외를 모두 인정하면 임금피크제는 무의미해진다. 기업은 결국 어떻게든 조기퇴직을 추진할 것이고 고용을 줄일 것이다.
이상적으로만 하자면 모든 근로자가 나이와 무관하게 회사에 대한 기여만큼 급여를 받아야 한다. 신입 사원이라도 일 잘하면 30년 차 고참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획일적 정년도 필요 없어진다. 하지만 요원한 일이다. 어느 고참이 그런 일을 당하고 불만을 갖지 않겠는가. 불만이 고조되면 조직도 잘 안 돌아간다. 그래서 오랫동안 연공서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피크제도 불가피하다. 법원도, 국회도 임금피크제가 생겨난 불가피한 이유를 살펴보기 바란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중권 “어이가 없네”…이재명 김포공항 이전 공약 실현 가능성 비판
- 박지원 “호남출신은 실력이 없냐고 질문 해 주세요”…윤 정부 지역 안배 부족 지적
- 조국에 이어 추미애도 “최민희는 아픈 새끼손가락 같은 동지”
- IMF 빚더미→20년 연애·결혼 ‘서울의 달’ 김영배, 아내 공개
- 손연재, 오는 8월 결혼…배우자는 9살 연상 일반인
- ‘전 세계서 가장 바쁜’ 김포공항 이전·통합 공약 논란
- 오늘부터 소상공인에 최대 1천만원…정부 추경안 의결
- 文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보수단체 고소 검토…이낙연도 비판
- “최민희에 빚” 조국 저격한 정유라…“내로남불 끝판왕 절대 뽑지 말아야”
- 文전대통령 딸, 사저 시위에 “입으로 총질” 트윗 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