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로노이 "올해 기술이전 2건 유효..남다른 기술력 돋보일 것"
기사내용 요약
보로노이 김대권 대표이사 인터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기대
기술수출한 ‘VRN07’ 임상 돌입…기업가치 증대로 상장 자신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비상장사로 4건, 2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기록을 쓴 보로노이가 올해도 추가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년에만 보로노이는 3건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며 “해마다 2건 이상씩 기술수출에 나서겠다고 한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보로노이는 약물설계에 특화된 기업으로, 세포 내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550여개의 인산화효소(Kinase) 중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산화효소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병을 치료하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산화효소를 세포 안팎에서 신호등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신호등이 고장 나면 암과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데, 보로노이는 고장난 신호등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달라붙어 질병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물질(카이네이즈 억제제)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카이네이즈 억제제 기술 개발 경쟁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있는데, 약 하나에 5~6개의 신약이 함께 출시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카이네이즈 중 10% 미만의 표적치료제만이 개발됐고, 90%는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미개척 영역의 분야가 열리고 있는 것일 뿐 우리 몸의 약물 타겟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카이네이즈 억제제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로, 보로노이가 특별한 이유는 여기서도 돌연변이만 선택적으로 디자인하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기대
보로노이는 암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단백질이 명확하게 규명된 암을 뜻하는 GDC( Genotype Directed cancer) 표적에 특화된 파이프라인과 항암제·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보로노이는 신약 후보물질의 뇌혈관 장벽(BBB) 투과 데이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암 5년 생존율을 따지는 것은 이제 뇌암·췌장암 빼고는 무색할 정도”라며 “수십 년 간 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방암의 경우 환자가 10년씩 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생존기간이 늘면서 가장 큰 문제는 뇌 전이가 됐다. 최근 폐암의 경우 뇌전이가 50%, 유방암은 40%까지 늘었지만 기존 항암제는 뇌 투과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로노이가 가진 선택적 기술력은 뇌까지 투과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자사 파이프라인 중 EGFR(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와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등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먹는 치료제로 개발 중인 비소세포성 폐암 표적치료제 ‘VRN11’은 EGFR 3세대 치료제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대표 내성인 C797S 돌연변이를 표적한다.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정착되면서 내성으로 나타나는 C797S 돌연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약물이 필요해졌으나, 아직 최적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EGFR C797S 글로벌 시장은 2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김 대표는 “VRN11은 C797S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모델에서 뛰어난 약효가 확인됐고 뇌 투과도는 100% 이상을 보여 뇌전이 임상에 뛰어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보로노이 경쟁사로 분류되는 미국의 블루프린트에서 개발하는 같은 치료제 ‘BLU-701’의 경우 뇌 투과도가 56%로, VRN11이 2배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비임상 단계에서 조속히 기술이전 하는 것을 회사의 목표로 하고 있는 보로노이는 VRN11만큼은 직접 임상에 도전한다. 올해 말 IND(임상시험계획)를 한국과 미국에 제출하고 2023년 임상 1상에 돌입한 후 1상 데이터로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에 도전할 계획이다.
인간상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 표적치료제인 ‘VRN10’은 보로노이가 계열 내 최고 약물(best in class)로 개발 중인 물질이다. 비임상시험 결과, VRN10은 FDA 승인 약물인 투카티닙, 네라티닙, 라파티닙 대비 월등한 약효와 뇌투과도가 확인됐다. 기존 약물들의 내성 돌연변이에도 활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수출한 ‘VRN07’ 임상 돌입…기업가치 증대로 상장 자신
국내 1호 유니콘 특례 상장(우수기업 특례상장)기업으로 IPO(기업공개) 대어로 분류되며 기대감이 컸던 보로노이는 최근 상장 재도전에 나섰다. 앞서 지난 3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흥행에 실패,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모 규모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낮췄다. 기존 주주 물량의 70%이상을 보호예수로 묶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공모 예정가를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낮췄다. 조정 공모 주식수도 기존 200만주에서 130만주로 줄여 총 공모금액이 기존 1000억원(공모가액 밴드 하단 기준)에서 520억원으로 낮아졌다.
김 대표는 “앞서 상장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보로노이의 본질적인 가치는 계속해서 증대되고 있다”며 “주주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다 알고 있는 만큼 기업 가치를 낮추고 공모물량을 줄이는 것에 대해 흔쾌히 동의했다.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보로노이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오릭에 기술 이전한 EGFR 엑손(Exon)20 INS 타겟 비소세포폐암치료제 ‘VRN07’이 임상1상에 돌입하면서 실제 임상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VRN07은 우리가 기술성 평가에서 두 번 떨어지고 난 뒤 기술력을 입증하고자 눈물을 머금고 기술 이전한 물질”이라며 “오릭은 미국, 한국, 호주에서 VRN07 임상 1상 승인을 받고 지난 3월 임상에 돌입했다”고 했다.
이어 “GDC는 임상이 개시된 이후 약 3년 내에 FDA 가속 승인을 받고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 매출에서 로열티를 많이 받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일반적으로 5%를 로열티로 받고 있으나 우리는 두 자리 수의 로열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VRN07이 충분히 매력적인 물질이라고 생각해서 최소한 중국판권 정도는 우리가 갖고 있자고 해서 중국 판권을 남겨뒀다”며 “임상 1상에서 효과를 확인하면 훨씬 더 높은 가격에 중국 판권까지도 다시 기술 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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