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기대난망 민주당 쇄신론

방승배 기자 2022. 5. 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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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

박 위원장이 민주당의 지향점으로 언급한 대중정당을 그의 표현처럼 '대중에게 집중한다'는 의미로 본다면 정치학에서 흔히 분류하는 '대중정당(mass party)'보다는 '포괄정당(catch all party)'에 더 가까워 보인다.

민주당 팬덤의 한 축을 이루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상황이어서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은 박 위원장이 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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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차장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6·1 지방선거를 8일 앞두고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당쇄신론은 선거 국면에서 당 안팎의 거센 저항을 받으며 제대로 수면 위로 떠오르지도 못하고 3일 만에 가라앉고 말았다. 민주당 비대위는 박 위원장의 쇄신안을 선거가 끝난 뒤 당내 공감대를 형성해 이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내부 갈등을 ‘봉합’했다.

박 위원장이 민주당의 지향점으로 언급한 대중정당을 그의 표현처럼 ‘대중에게 집중한다’는 의미로 본다면 정치학에서 흔히 분류하는 ‘대중정당(mass party)’보다는 ‘포괄정당(catch all party)’에 더 가까워 보인다. 대중정당은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정당이고, 포괄정당은 사회의 다원성을 반영하고 정당의 의사결정에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때문에 ‘국민정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 위원장이 말한 팬덤 정당은 이념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결사체에도 한참 못 미치는 단계다. 지금 공당인 민주당은 이념과 노선이 아닌 정서와 신념으로 뭉친 집단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를 ‘맹목적 지지’라고 표현했다. 팬덤(fandom)은 ‘광신자’를 뜻하는 fanatic과 ‘영지(領地)·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다. 팬덤이 무서운 것은 니체의 유명한 말처럼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생각이 없는 가장 무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팬덤의 발언권이 커질수록 ‘당심’과 ‘민심’의 괴리도 커졌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속도전’은 민주당 강성파 ‘처럼회’가 주도한 ‘왜그 더 도그(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뒤흔든)’의 대표적 현상이자 팬덤의 위력을 확인한 사건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이상 국민이 반대한 사안인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강욱 의원이 당내 비대면 회의에서 부적절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이른바 ‘짤짤이 거짓말 의혹’을 맹목적으로 두둔하는 팬덤의 ‘반(反)이성주의’도 목격했다.

민주당의 쇄신론은 사실 대선 패배 이후에 나왔어야 했다. 0.73%포인트의 표차를 패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적기를 놓쳤다. 민주당 팬덤의 한 축을 이루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상황이어서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은 박 위원장이 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팬덤의 기세가 지금처럼 여전하다면 박 위원장이 제시한 쇄신 과제들을 실행하기보다 ‘내부 총질’에 대한 단죄가 먼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용진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박 위원장이 사과하게 만든 당의 현실 때문에 선거가 힘든 것”이라고 했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이 있다.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본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박 위원장의 말이 나오게 된 이유를 먼저 생각하고 선거 이후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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