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후보 '학력저하' 해법..보수 "일제고사" 진보 "맞춤지원"

김민제 2022. 5. 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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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6·1 교육감선거 공약 톺아보기]
조희연(왼쪽부터)·조전혁·박선영·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치러지는 올해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의 화두는 ‘기초학력’이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자기주도능력과 집중력이 상위권보다 떨어지고 공교육의 빈자리를 사교육 등으로 채울 수 없었던 중·하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발 학력 저하’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영어의 경우 고2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이었던 2019년 3.6%에서 2020년 8.6%로, 중3은 2019년 3.3%에서 2020년 7.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수학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으로, 고2의 경우 2019년 9%에서 4.5%포인트 늘어나 2020년 13.5%를 기록했다.

이는 진보와 보수 진영을 막론하고 교육감 후보들이 ‘기초학력 보장’을 너 나 할 것 없이 대표 공약으로 들고나온 배경이다. 다만, 양쪽이 목표는 같은데 원인 진단과 해법은 진영별로 극명하게 갈린다. 2014년 선거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2018년 선거로 14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기 때문에, 이번에 나선 보수 후보들은 기초학력 저하는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 실패’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진보 후보들은 사회적 양극화, 부모 찬스 등 외부 요인을 강조하며 방어하는 모양새다.

보수 후보 “진보 교육정책 실패 탓”

보수 진영 후보들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증가는 학력 진단 부족, 혁신학교 등장 등 진보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박선영·조전혁·조영달 후보가 대표적이다. 박 후보의 경우 “조희연 교육감의 작품인 혁신학교는 일반학교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배 더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주장은 2016년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며, 혁신학교가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지정된 탓에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는 반박이 이미 나온 바 있다. 2019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중학생 5555명의 성적을 3년 동안 비교·분석해보니, 혁신학교 학생의 학업 성장률이 일반학교보다 높았다는 결과도 있다. 이 밖에 김주홍 울산시교육감 후보는 “(진보 교육감은) 학습량이 부족한 데도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학습 진단평가마저도 실시하지 않는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후보는 “(진보 교육감이 재임한) 8년 동안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 신장은 사실상 방치됐다. 학력 진단도 손 놓은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희연 후보는 “학력 저하는 이념적 공격의 성격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일관되게 진보교육감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진보 후보 “기초학력 저하는 교육불평등 결과”

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들은 이른바 ‘부모 찬스’로 불리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기초학력 문제가 코로나 국면에서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빈곤, 교육복지, 정서 결손, 학습 결손이 결합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성기선 경기도교육감 후보도 “나날이 증가하는 사교육비가 ‘부모 찬스’로 인한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외부 요인을 지목했다. 다른 지역 진보 진영 후보들의 진단도 “코로나19 이전에도 기초학습 부진 학생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교육격차는 가정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노옥희 울산시교육감 후보), “가정의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사교육 격차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김석준 부산시교육감 후보) 등으로 비슷했다.

보수 ‘일제고사 부활’ 해법으로 제시

이처럼 원인 진단이 다르다보니 해법도 제각각이다. 보수 진영 후보들은 진단 강화에 방점을 찍고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로 해석될 공약을 꺼내들었다. 대표적으로 이병학 충남도교육감 후보가 “도교육청 수준의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후보도 “일부에서 ‘일제고사’라는 말로 비판하지만 전수조사 진단평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교육감이 되면 전수조사 진단평가부터 하겠다”면서도 “일제고사 방식이 불편하다면 에이아이(AI) 기술을 활용하는 등 다른 대안도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진보 ‘맞춤형 지원’ 카드로

진보 진영 후보들은 전수조사 방식의 진단평가 부활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현행 수준의 진단 도구로도 구분이 가능하며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라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유아 난독·경계선지능 전담팀 운영 확대, 초·중학교 기초학력 협력강사 지원 확대, 교사들의 소수 학생 멘토링 사업인 ‘키다리샘’ 확대, 교내 ‘느린 학습자’ 다중지원팀 구성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후보도 “(학습) 부진 요인별 심층 진단과 개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며 소규모 대면 지도를 통한 교과별 학습 결손 해소방안 등을 내놨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후보는 “실증조사 결과 경남 초3 읽기·쓰기·셈하기 미달 학생 비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격차 발생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해법 역시 섬세하고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호성 전북도교육감 후보는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한 교실에 담임 교사와 기초학력 전담 교사를 배치하는 ‘두리교사제’를 운영하겠다고 했고,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후보는 초·중등 수업혁력강사제와 기초학력전담교사제를 확대하겠고 밝혔다.

하윤수 후보 “자사·특목고 설립”은 보수도 우려

한편, 지역 내 교육격차 해소방안으로 고교 유형 다양화를 내세운 후보도 있다. 보수 진영의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후보는 “해운대고에 이어 서부산권에 자사고와 특목고 설립을 추진하고, 명지국제신도시에 국제학교 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교 유형 다양화에 대해서는 같은 보수 진영인 임준희 경북도교육감 후보마저 “특목고와 일반고간, 도시와 농촌간, 학부모의 가정배경 등에 따라 학생의 학력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협력자’ 학부모를 둔 특목고·자사고 학생과 달리 일반고 학생은 가정의 관심으로부터 배제된 채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구호만 있고 구체안 없다” 지적도

전문가들은 교육감 후보들의 기초학력 회복 공약이 진영 대결을 위한 ‘구호’에만 그치고 구체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수 진영 후보가 말하는 일제고사 부활이나 진보 진영 후보가 말하는 맞춤형 지원이나 대체로 구호에 그친다”며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고 개별 교사들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도 “단순한 구호나 보여주기식 슬로건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일정 수준의 학력까지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개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진보 후보들이 내세운 맞춤형 지원안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편이지만, 지난해 7월 발표된 교육부 ‘교육회복 종합방안’과 겹치는 등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과 함께 마련한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교육부 특별교부금 8천억원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투입해 ‘교과보충 집중 프로그램’(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을 1년반 동안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교사 진단 등을 거쳐 학습 결손이 확인된 학생과 보충수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담임 또는 교과목 교사가 방과후나 방학 중 소규모 반을 개설해 학생별 맞춤형 지도를 하는 방식 등이었다.

보수 후보들이 주장하는 일제고사 부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영식 공동대표는 “현재도 기초학력향상지원시스템 등 다양한 진단도구가 있지만 학력의 높낮이만 알 수 있고 정확한 원인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도구가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일부 후보들이 주장하는 ‘일제고사 부활’은 단순히 평가를 하자는 논의에 그친다. 그건 검진일 뿐 대책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과거 전수 조사 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으로 돌아가면 기대효과보다는 학생들에게 미리 문제풀이를 시키는 등 교육과정이 파행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일제고사는 시험 전 학생들에게 바짝 공부를 시켜 잠시 성적이 좋게 나오는 착시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전국 종합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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