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곧 연 7% 중반 넘어설 듯"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은행권 상담 창구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어난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게시글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뉴스1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전월에 이어 0.25%p 추가 인상했다. 한은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은 9개월간 5차례나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1.75%로 1.25%p가 올랐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폭(0.25%p)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대출자 1인당 약 16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이후 5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9개월 동안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액은 16조원이 넘는다.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80만원 수준이다.
실제 차주들이 짊어질 이자 부담액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등 준거금리에 은행 마진이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되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변동형이 연 3.55~5.25%, 고정형이 연 4.11~6.39% 수준(26일 기준)까지 올랐다. 각각 연 6%, 7%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기준금리가 오르기 전인 지난해 8월만 해도 주담대 변동형은 연 2.62~4.19%, 고정형은 연 2.92~4.42%대에 금리가 형성돼 있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연 3.02~4.17%에서 4.00~4.73%로 올랐다.
지난해 4억원을 연 2.9%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A씨의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95만원(연간 1140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66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달 대출금리가 연 4.6%까지 오르면서 월이자는 150만원(연간 1800만원) 이상으로 늘었다. 총원리금 부담은 205만원까지 불어났다.
실제 A씨가 매월 은행에 내는 이자만 따져도 수도권 지역 웬만한 월세 수준을 넘어선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에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125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강북지역(14개구)이 평균 119만6000원, 강남지역(11개구)은 평균 131만1000원이었다.
A씨와 같은 금리대로 3억원을 대출받았다면 대출 초기 월이자는 72만원(연간 864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14만원(1368만원)으로 늘어 매월 42만원 가량 더 갚아야 한다. 5억원을 빌린 경우 월이자는 119만원(연간 1428만원)에서 190만원(연간 2280만원)까지 치솟는다.
설상가상 한국은행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다중 채무자와 영끌 대출자들의 고통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기준금리 인상 폭을 0.25%p에서 0.50%p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연내 최대 세 차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당초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해 0.25%p 인상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도 "합리적 기대"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선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연내 연 7%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연 8%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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