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술특례 상장, 제대로 하는게 문제인가요" 거래소의 항변

이인아 기자 2022. 5.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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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 상장 심사를 통과시키려는 이해 관계자들의 압박은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심사 기준에 미달해 반려했을 뿐인데, 조건이 깐깐해졌다거나 자본시장 선진화에 역행한다며 거래소를 역으로 공격합니다. 거래소가 바이오 기업만 골라 심사를 반려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시장 분위기가 당혹스럽습니다."

특히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 상장 심사에서 줄줄이 떨어지자 한국거래소에게 돌아오는 화살이 더욱 거세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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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아

“기술특례 상장 심사를 통과시키려는 이해 관계자들의 압박은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심사 기준에 미달해 반려했을 뿐인데, 조건이 깐깐해졌다거나 자본시장 선진화에 역행한다며 거래소를 역으로 공격합니다. 거래소가 바이오 기업만 골라 심사를 반려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시장 분위기가 당혹스럽습니다.”

최근 만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 심사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이해 관계인들로부터 받는 압박 수위가 심해졌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 상장 심사에서 줄줄이 떨어지자 한국거래소에게 돌아오는 화살이 더욱 거세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항간에는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 상장 심사 규정을 깐깐하게 만들고, 바이오 기업만 골라 퇴짜 놓는다는 소문도 퍼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기업이 가진 기술성에 가치를 부여해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문턱을 낮춘 제도다. 해당 제도를 통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기업은 총 150개로, 이 중 98개는 바이오 기업에 해당한다. 주로 바이오 기업이 해당 제도를 통해 자본시장에 입성하곤 했다.

물론 부작용도 뒤따랐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지만, 거래 정지되거나 당초 내세운 기술 개발에 진척이 없는 기업도 다수였다. 수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신라젠, 인트로메딕 등도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한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기술성 평가 당시 A등급 이상을 받았지만,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주가도 엉망이다. 지난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11개 중 공모가 이상 가격을 유지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과하는 기업 수도 크게 줄었다. 2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디앤디파마텍은 두 번째 도전에도 상장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뮨메드와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등은 반년 넘게 거래소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 노보믹스 등은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거래소는 바이오 기업의 수준 미달 문제일 뿐 기술특례 상장 기준 변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한 바이오 회사를 미승인했는데, ‘거래소가 바이오를 불신한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주체가 있다고 꼬집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엉망이면, 운영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어 상장 심사 리스크가 된다.

오히려 기술성 평가의 경우, 기업 편의를 늘리는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거래소는 기술성 전문 평가 기관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 기술 평가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평가 기관마다 천차만별이었던 기준에 일관성을 제시하고, 평가기관 수도 늘려 기술특례 상장 과정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거래소와 바이오 기업 간 극명한 온도 차에는 벤처캐피털(VC)의 자금 회수 문제도 얽혀있다. 바이오 기업이 고평가받으면서 VC의 투자가 급증했지만,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자 몸값을 낮춰 상장하는 게 어려워진 탓이다. 바이오 몸값 부풀리기 배경에는 “상장만 하면 대박”이라는 ‘한탕주의’도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는 건 올바른 성과를 내놓는 기업, 이해 관계자의 몫이다. 혁신 기술을 만들고, 투자금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시장 성장을 도모하는, 바이오 생태계 선순환을 상기해야 한다. VC의 자금회수가 어려워졌다고, 상장 기준에 틈을 만들 순 없다. 부풀려진 몸값을 지키고자 불특정 다수의 손실을 감내해서도 안 된다. 바이오는 ‘한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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