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울리는 車갑질]③ 수천억원 계약금 받고 가격·출시일은 '깜깜'

고성민 기자 2022. 5. 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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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빨리 받으려면 계약을 서두르라고 해서 작년 말에 계약금 100만원을 냈는데, 6개월이 지나도록 차를 받기는커녕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릅니다. 전기차 보조금이 100% 지급되는지 아니면 50% 지급되는지 따져보고 계약 취소 여부를 판단하려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어요."

아우디는 지난해 11월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Q4 e-트론 사전계약을 시작하며 "6000만원 이하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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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빨리 받으려면 계약을 서두르라고 해서 작년 말에 계약금 100만원을 냈는데, 6개월이 지나도록 차를 받기는커녕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릅니다. 전기차 보조금이 100% 지급되는지 아니면 50% 지급되는지 따져보고 계약 취소 여부를 판단하려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어요.”

아우디 ‘Q4 e-트론’을 사려는 회사원 A씨는 아우디를 살지, 다른 차를 살지 수개월째 결정하지 못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다. 아우디는 지난해 11월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Q4 e-트론 사전계약을 시작하며 “6000만원 이하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판매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시 ‘6000만원 이하’는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어 사전계약이 봇물 터지듯 이뤄졌다. 전기차는 보조금 규모에 따라 소비자 부담가가 수백만원씩 차이가 난다.

아우디 Q4 e-트론. /아우디코리아 제공

그러나 그 사이 환경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차량가액을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낮췄다. 올해부터 5500만~8500만원인 전기차에는 보조금이 50%만 지급된다. 이후 Q4 e트론 계약자들은 “가격이 도대체 얼마냐”고 계속 물었지만, 아우디는 몇달째 묵묵부답이었다. Q4 e-트론은 미국에서 4만3900달러(약 5511만원)부터, 독일에서 4만1900유로(5658만원)부터 판매를 시작한 바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Q4 e트론의 구체적인 사전계약 대수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업계는 대략 수천대가 계약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우디는 Q4 e-트론 차종 한 대에 대한 계약금으로만 수십억원을 받아 금고에 쌓아놓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모인 계약금은 기업 유동성 확보와 금융 수익 등에 기여하는데, 막상 계약금을 낸 소비자는 기초적인 정보도 못 얻고 있다.

신차 출고가 지연되며 사전계약 때 수백, 수천명이 모이는 광경이 흔해지자 자동차 회사는 가격이 정해지기도 전에 사전계약을 진행하는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선 “올해 계약해도 내년에 신차를 받을 수 있어 빨리 계약할 수밖에 없는데, 가격도 안 알려준다”며 불만이다. 부품 공급난으로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상황이 이어지자 완성차 기업이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렉서스코리아는 기존 NX의 2세대 완전변경 모델 ‘뉴 제너레이션 NX’(NX 350h, NX 450h+)의 사전계약을 이달 16일부터 시작했는데,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우선 사전계약을 받은 뒤 다음달 15일에 가격을 공개할 예정이다. BMW코리아도 작년 6월부터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i4′ 사전계약을 시작했고, 무려 9개월 뒤인 올해 3월에야 가격(6650만원부터)을 공개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테슬라 제공

테슬라의 첫 픽업트럭 ‘사이버트럭’도 악명이 높다. 테슬라는 사전 계약을 진행하며 가격(3만9900달러부터)을 공개했지만, 출시일이 계속 늦어져 계약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테슬라는 당초 2019년 11월 사이버트럭을 공개하며 소비자들에게 “2021년 하반기 이후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생산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의 한 행사에서 “내년부터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릭의 작년 11월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9년 사이버트럭을 공개한 지 일주일 만에 25만건의 사전예약을 받았고, 최근 기준으론 예약 건수가 127만대에 이른다. 한 대당 100달러의 계약금을 받았으니, 테슬라는 작년말 기준으로 사이버 트럭 예약금으로만 1억2700만달러(약 1596억원)를 금고에 쌓아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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