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교육청 앞이 달라지는 날

김재태 편집위원 2022. 5.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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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네가 그 근처이다 보니 오며 가며 서울시교육청 앞을 자주 지나치게 된다.

그때마다 어렵지 않게 마주치는 것이 피켓 혹은 현수막이다.

그렇게 교육청 앞에는 거의 매일 많은 말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교육 현장과 관련한 불만과 요구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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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사는 동네가 그 근처이다 보니 오며 가며 서울시교육청 앞을 자주 지나치게 된다. 그때마다 어렵지 않게 마주치는 것이 피켓 혹은 현수막이다. 비정규직 교직원, 급식 관련 종사자, 사서 등 목소리를 내는 주체도 다양하다. 밤샘 농성을 하는 텐트를 목격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렇게 교육청 앞에는 거의 매일 많은 말이 쏟아져 나온다. 글자에 적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외쳐지는 그 말들은 대부분 다급하고 간절하다. 그만큼 교육 현장과 관련한 불만과 요구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교육 문제들을 책임지고 다루게 될 각 시도 교육감 선거가 오는 6월1일 치러지지만 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언론 보도도 그렇고 대중의 관심도 온통 지자체장 선거에 쏠려 교육감 선거는 눈 밖에 밀려나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응답자의 70%가 교육감 후보에 대해 '지지 후보 없음' 혹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는 보도(시사저널 1701호 사회 기사 참조)가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2020년 5월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뉴시스

당장은 거대 정당들의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선거 분위기 탓에 정당과 관련 없이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가 이처럼 홀대 수준의 대접을 받고 있지만, 교육감이라는 자리의 무게는 그런 대우를 받아도 좋을 만큼 가볍지 않다. 오히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책임지는 교육 현장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및 학교 설치, 교육 관련 조례안·규칙 제정, 예산 편성·집행, 교직 인사 등 맡은 임무와 권한도 만만치 않게 크다. 아이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교육 행정가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처럼 막중한 임무를 지닌 교육감을 뽑는 선거임에도 현장의 풍경들은 안타까울 만큼 부끄럽고 어지럽다.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정치색을 드러내며 진영 대결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거친 말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일부에서는 심지어 듣기 거북한 욕설까지 퍼부어진다. 모두 아이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와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다. 후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포스터 문구라고 다를 것이 없다. '유일한 교육 전문가' '교육주름살 짝 펴는 교육감'같이 빤한 내용들만 눈에 띄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겠다는 참신한 발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니 교육감 선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여론조사에서 초라한 수치로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5월23일 아침에도 서울시교육청 앞은 조용하지 않았다. 서울 5개 교원단체가 연 기자회견과 집회에 적지 않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비록 교육감 선거의 열기에 비례하듯 현장에서 많은 취재기자를 보기는 어려웠지만, 주최자들이 내놓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우렁찼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매달리지 말고 정책 선거를 해 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정책 선거를 바라는 사람은 그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좋은 교육정책에 대한 욕구가 큰 것은 대다수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이대로 교육감 선거를 무관심 속에 '무늬만 선출'인 선거가 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눈을 크게 뜬 채 정치색 다 빼고 좀 더 교육자다운 후보자를 기어이 찾아내 선택해야 한다. 이 선거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중하디중한 선거다. 이 선거에서 현명한 선택이 이뤄지면 교육청 앞이 평온해지는 날도 좀 더 빨리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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