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돈 버는 사람과 돈 쓰는 사람

정재근 대전세종연구원장 2022. 5.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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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지도자, 공무원이 돈 쓰는 의미와 재미 느끼게 해야

회사원은 휴대전화를 팔아 돈을 번다. 공무원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통신비를 지원하기 위해 돈을 쓴다. 휴대전화를 통해 어떤 사람은 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돈을 쓴다. 돈을 버는 것을 기준으로 부자냐 아니냐를 따지면 일반적으로 공무원은 회사원을 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부자의 기준을 돈을 쓰는 것으로 바꾸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번 대일논단에서 '존경받는 부자는 좋은 일 하는데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공무원은 존경받는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공무원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는 것으로 회사원과 경쟁해야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내팽개치고 내가 잘할 수 없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은 어리석다.

더욱이 돈을 쓰되 그것을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쓴다면 돈을 쓰는 그 일은 나에게 보람을 준다. 공무원의 최하위 직급인 9급 공무원은 최저임금을 갓 넘은 보수를 받는다. 물론 이들이 10년 20년 일하면서 승진도 하고 보수도 오르면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으로 살 수 있다. 국민소득 3만$ 나라의 위력이다. 그러나 그들이 기업에 들어간 친구들과 돈 벌기 경쟁을 한다면 원숭이와 나무타기 시합을 하는 것과 같다. 이기려 해도 이기지 못하니 평생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므로 서로 경쟁하지 말고, 너는 돈을 버는 것을 잘하고 나는 돈을 쓰는 것을 잘한다고 인정하자. 네가 돈을 많이 벌어서 나에게 주면 내가 좋은 일 하는 데 멋지게 잘 쓰겠다고 서로 합의하면 어떨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니 돈을 벌면서 행복하면 그 삶도 좋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돈을 버는 의미가 없으니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쓰면서 행복할 수 있으면 그런 삶도 좋다.

'로버트 래버링'은 그의 책 <훌륭한 일터>에서 행복한 일터의 3대 조건을 제시한다. 행복한 일터에는 '신뢰, 재미, 자부심'이 넘쳐흐른다. 나를 중심으로 첫째, 나와 상사와의 관계에 신뢰가 있다. 둘째, 나와 동료 사이에는 재미가 있다. 셋째, 나와 내가 하는 일과의 관계에서 나는 나의 일에 자부심이 있다. 이 중 세 번째 조건인 자부심은 내가 하는 일의 의미, 가치의 문제이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면 나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품게 된다.

돈을 버는 일을 하는 국민도 돈을 쓰는 일을 하는 공무원도 모두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고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돈 버는 사람과 돈 쓰는 사람이 경쟁하는 관계, 믿지 못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고마워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며칠 후면 앞으로 4년간 민선 8기 지방자치를 이끌어갈 지방 선출직 공무원들이 확정된다. 필자는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그들이 책임진 공무원의 직장을 신뢰와 재미, 그리고 자부심이 충만한 행복한 직장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주민을 행복하게 한다고 주민만 바라보고 공무원에게 자부심을 주지 못한다면 말이 아니라 마차에 채찍질하는 어리석음이다. 큰 국책사업을 유치하고 많은 국가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는 공약 실천의 성패는 이 일을 수행할 공무원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이든 지방의회의원이든 선출직 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돈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 쓰는 사람으로서 선출직 공직자가 명심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돈 버는 국민에게 감사해라. 둘째, 국민이 열심히 벌어 맡긴 돈을 무슨 일에 어떻게 쓸 것이냐에 집중하고, 내 돈 벌 궁리를 하지 말라. 셋째, 무엇보다 돈을 쓰는 공무원들에게 돈 버는 것이 아닌 돈 쓰는 것의 의미와 재미를 느끼게 하라.

바깥의 큰일이나 명분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자치단체장, 의회 의원, 공무원 모두가 '돈 쓰는 사람'이라는 구체적 모습으로 일체화하여 서로 믿고, 재미있게, 매일매일을 보람으로 채우는 민선 8기 지방자치시대를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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