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금리 뽐내는 ELS..'양날의 검' 파악부터
이달 들어 발행 감소..상환 지연 가능성 확대
상환 수수료·불리한 구조 등 위험성 확인 필수
파생결합증권 시장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이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화끈한 이율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에 활용되 기초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발행량도 증가세다.
다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곳곳에서 투자 경고음이 들리고 있어서다. 주가 고점 부근에서 발행된 일부 상품의 경우 원금 손실 구간에 근접했거나 진입했고, 이와 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상품 수익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수익은 한정돼 있고 손실은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을 만큼 투자자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ELS 발행 증가세…매력적 금리 제시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ELS(원화+외화 합산) 발행액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작년 12월 2조8000억원 규모에서 지난 1월 2조3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 뒤 2월 3조원, 3월 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4월에는 4조원을 넘어섰다.
여러 ELS 유형 가운데서도 발행 규모가 가장 큰 유형은 지수형으로 4개월간 12조5000억원 가량이다. 그 뒤를 지수와 종목이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혼합형(5400억원)이 이었고, 해외 및 국내 주식형이 각각 3800억원, 225억원 수준을 나타냈다.
기초자산 중에서는 유로스톡스50지수의 발행액이 11조800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활용한 ELS도 11조7000억원 가량 나왔다. 연초 이후 점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코스피200과 홍콩 H지수는 5조8000억원, 3조2000억원 수준으로 발행됐다.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종목 중에서는 뉴욕증시 상장 종목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국 반도체전문기업 AMD가 포함된 ELS 발행액이 2700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테슬라, 엔비디아도 2400억원, 2100억원 규모로 출시됐다.
지난해 3분기말을 기점으로 축소됐던 ELS 발행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기초자산의 수준과 가격대가 대내외 증시 한파로 인해 부담없는 지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가가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된 만큼 조기상환 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줄었다는 의미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 발행 증가는 기초자산 하락으로 발행 기준가 낮아지고 변동성 확대로 쿠폰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투자 매력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들어 통 큰 이율을 제시하는 상품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트루 파생결합증권(주가연계증권) 제15098회' ELS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4일 청약을 시작한 이 상품은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다. 만기는 1년으로 연 27.5%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1년 동안 3개월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조기 상환 평가를 실시한다. 오는 31일 청약 종료와 함께 발행되면 8월31일이 1차 조기 상환 평가일이다. 테슬라 주가가 기준 가격(5월31일 종가) 대비 20%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원금과 함께 6.875%의 금리를 제공한다. 조기 상환이 밀려 4회차에 상환이 될 경우 27.5%(6.875%*4회)의 수익률을 원금과 함께 받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투자자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해졌다"며 "중위험 지수형 상품을 통해 중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있는 반면, 짧은 기간 자금을 운용하되 하이 리스크·하이리턴 형태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도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유형의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전 리스크 파악 필수
올 들어 지난달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ELS 발행액은 이번 달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거래일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발행 규모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달 26일 기준 발행액은 2조3000억원 수준이다. 발행이 급격히 늘지 않는 이상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조기 상환이 지연됐다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이 명시적으로 ELS 발행 총량을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과다 발행을 막기 위해 사실상 제한을 두고 있다. 미상환 잔액이 많을수록 증권사 부채에 반영되는 비율이 확대되는 식이다.
예컨대 자기자본 대비 미상환 잔액이 50% 남아 있을 경우 이를 50%만 부채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2배인 100%를 반영한다. 이렇게 부채 비율이 높아지면 레버리지 비율 또한 덩달아 오른다. 레버리지 비율은 증권사들의 발행 한도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이 1100%에서 시정 권고를, 1300%에서 시정 요구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ELS 발행 규모 상위 10개 증권사의 평균 레버리지 비율은 720.19%로 시정 권고 수준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미상환 잔액이 쌓일수록 발행 여력 또한 축소되는 셈이다.
실제 기초지수로 활용되는 여러 지수나 종목들의 주가는 연초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조기 상환을 위해 통상 적게는 3개월에서 6개월 간의 관측 기간을 갖는 ELS의 특성 상 지난 1월 발행된 일부 주식형 상품들은 현재 상환 지연 가능성이 커졌다.
주식형 ELS 가운데 기초자산으로서 활용도가 가장 큰 AMD의 주가는 연초 주당 150달러(약 18만8400원)에서 현재 98달러(약 12만3000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다섯 달 남짓한 기간 동안 34% 넘게 빠진 셈이다.
보통 발행일 당시 확정된 기준가(기초자산의 주가)에 20%의 여유를 두고 그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수익률을 상환해주는 구조인데, 이미 상환 범위를 벗어나 있는 상태다.
AMD뿐 아니라 주식형 ELS에 기초자산으로 큰 활용도를 보인 테슬라나 엔비디아의 주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41%, 엔비디아는 40% 이상 하락했다. 자칫 원금 손실의 기준이 되는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 구간) 터치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지수형보다 주식형 ELS의 기초자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더 큰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투자 전 상품에 내재된 리스크 파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ELS의 경우 최종 만기일에도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가장 많이 떨어진 기초자산의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전액 손실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조기 상환을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돌발 변수로 인해 시장이 충격을 받아 조기 상환에 실패할 경우 환매 수수료를 증권사에 내지 않는 이상 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 조기 상환 수수료는 발행일 기준 6개월 이내일 경우 평균 투자금액의 10%, 이후면 5% 가량이 부과된다.
복잡한 상품 구조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수익률은 제한적이지만 손실은 원금 전체로 전이되는 등 투자자에게 대체로 불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통 ELS 등 파생결합증권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수익 구조와 기초지수 활용 및 적용 기준 등이 복잡해 위험성 등을 완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하기 마련"이라며 "적어도 투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와 투자 목적 등을 꼼꼼히 파악한 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이레 (i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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