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 계산 꼼수, 재원 조달 편법, '정치 추경' 더는 없어야
여야가 29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에게 최대 600만~1000만원의 코로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62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처리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 임기가 끝나기 불과 1시간여 전이었다.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이는 과정에서 지원 대상은 대폭 늘고 액수도 2조6000억원 증액됐다. 양측 모두 온갖 정략과 꼼수를 동원하고 공치사에 열을 올렸다. 예산 원칙과 국가 재정 건전성은 뒷전인 채 오로지 지방 선거에서 어떻게 표를 더 얻느냐는 생각뿐이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이기자 370여 만명에게 최대 600만원 이상 손실보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재정이 문제였다.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물가와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자 아직 생기지도 않은 53조원대의 추가 예상 세수를 미리 당겨 쓰겠다고 했다. 전례 없는 ‘가불·외상 추경’이었다. 그리고 지방선거 전까지 막대한 보상금을 풀기 위해 추경을 밀어붙였다. 여당 원내대표는 “30일부터 바로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했다. 통상 며칠 걸리던 보상금을 선거 전에 풀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 추경안에 줄곧 반대했다. 여당 주도로 보상금이 지급되면 선거에서 손해를 본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다만 추경 자체를 막으면 역풍 맞을 것이란 판단 아래 최대한 시간을 끌다 막판에 가서야 합의해주었다. 여도, 야도 머릿속엔 온통 표 계산뿐이다.
대선 전만 해도 재난지원금과 보상금을 주자고 번번이 밀어붙인 건 민주당이었다. 지방선거·총선·대선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수십조원씩의 돈을 뿌렸다. ‘고무신 선거’와 다를 바 없는 사실상 금권 선거였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국가 재정이 파탄 난다면서 선거 전 지급에 결사 반대했다. 그런데 이젠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선거 전에 돈을 풀려 하고 민주당은 기어이 막으려 한다.
정부는 곧바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지만 그 근거인 추가 예상 세수는 아직 국고로 들어오기 전이다. 그래서 일단 한국은행에서 단기 차입금 형태로 급전을 빌려 지급한 뒤 실제 돈이 들어오면 갚겠다고 한다. 국채 발행으로 금리가 급등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하지만 한은 돈을 끌어 써도 역시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편법이 거듭되면 국가 재정과 물가, 금리가 모두 흔들릴 수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나라 경제는 망가져도 된다는 것인가. 이런 비정상적인 정치 추경과 선거용 돈 풀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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