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3> 동도일사 (東渡日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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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의 빠름은 형용할 수 없으나 날아가는 새가 연기에 엉겨 있는 듯 지나가지 못하고 뒤로 처질 정도다. 산 주변의 집이나 길가의 사람들이 번개처럼 지나가 버려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고 귓가에는 천둥 치는 소리가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으니 바람을 타고 나는 신선이라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으리라."
1880년 7월, 도쿄 신바시로 가는 기차에 올랐던 동래 향리 박상식(1845~1882)은 그 강렬했던 경험을 자신의 책 '동도일사(東渡日史)'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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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의 빠름은 형용할 수 없으나 날아가는 새가 연기에 엉겨 있는 듯 지나가지 못하고 뒤로 처질 정도다. 산 주변의 집이나 길가의 사람들이 번개처럼 지나가 버려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고 귓가에는 천둥 치는 소리가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으니 바람을 타고 나는 신선이라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으리라.”

1880년 7월, 도쿄 신바시로 가는 기차에 올랐던 동래 향리 박상식(1845~1882)은 그 강렬했던 경험을 자신의 책 ‘동도일사(東渡日史)’에 남겼다. 말을 타고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던 시대였으니 그가 받은 충격이 온전히 전해지는 구절이다.
1876년 개항 직후 도쿄행 기차를 탔던 박상식은 누구일까?
박상식은 1845년(헌종 11) 동래부 읍내면 동부 안민리에서 태어났다. 박상식의 집안은 대대로 동래부의 향리를 지냈고, 그 또한 동래부의 상급 향리인 부청선생을 지냈다. 1880년 김홍집이 이끄는 제2차 수신사 일행에 향서기라는 직책으로 참여했다. 그는 6월 25일 부산을 떠나 일본 도쿄에 도착해 약 한 달 동안 머물렀다. 부산으로 돌아온 후 당시 작성했던 일기와 대화록, 공문서 등을 필사해 책을 완성한 후 ‘동도일사’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책은 부산에서 출발한 후 수신사행 기간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어 사행일기로서의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 중앙관료가 아닌 지방인, 특히 동래부 향리가 일기를 남긴 사례는 흔치 않다. 또 개항 직후 부산 사람이 일본의 근대화를 직접 체험한 사실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박상식은 기차를 탄 경험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직접 보고 겪은 일들을 매일 글로 남겼다. 일본 거리의 풍경을 비롯해 방문했던 일본관청과 일본인의 집, 일본에서 만난 청나라와 서양인의 모습, 군사시설, 화포 제조, 지폐 공정 과정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동도일사’에 담았다.
그는 정돈된 도로와 정원, 화려한 불이 밝히는 거리, 물자를 가득 실은 배, 번개처럼 빠른 기차 등 일본의 근대화에 감탄했다. 반면 지폐를 쉽게 찍어내지만 물가는 잡기 어렵고, 유학보다 서양서적이 많아지는 등 근대화 및 서양문물에 대한 부정적인 면도 같이 서술했다.
박상식은 도쿄에서 생애 처음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의 다양한 생각도 기록했다. ‘각국 위인의 조각상과 의복 그릇 고금의 물상들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고 모두 유리로 장식해 놓았다’는 사실과 아울러 ‘인골 전체와 날짐승, 들짐승의 전신 뼈가 있는데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도 많았다’는 감정도 남겨두었다.
‘동도일사’는 현재 번역본이 출판되어 있고, 분량이 많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부산 사람 박상식과 함께 140년 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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