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쏜살 같은 시간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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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말 쏜살같네. 나이 들면 더 빨라진다니까.” 아빠의 말에서 어쩐지 서글픔이 묻어난다. 아빠가 또다시 탁상 달력을 새로운 장으로 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5월의 끝자락이다. 낯설기만 했던 2022년이 벌써 익숙해졌다. 2021년의 기억은 저만치 사라졌고, 새해라고 했던 2022년은 헌 해가 된 것이다. 매년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는 데 나 역시 동감한다.
‘제2의 시간’이라는 책에 따르면, 사람마다 시간을 다르게 느끼는 원인이 ‘정보의 양’에 있다고 한다. 유년기엔 적응해야 할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아 그 정보를 처리하고 일일이 반응하느라 시간이 느리게 가는 반면,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변화가 적은 노년기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면, 스스로를 낯선 환경 속에 던져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반복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아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무언가를 배우거나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라는 잔소리보다 책으로 보여주면 훨씬 와 닿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접고 말았다. 그건 마치 치열함 없는 중년의 나날을 나무라는 것 같지 않은가. 가뜩이나 수많은 자기 계발서가 밖으로 나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라고 외치고 있는데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졌다. 당신의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면 그건 부단한 노력으로 일상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니 안심하라고, 그동안 애써 온 모든 것을 존경한다고 말이다. 아빠가 세상사에 덤덤해진 것은 분명 많은 걸 겪어 얻어낸 내성과 지혜 덕분일 테다. 나 또한 아빠의 인생길을 바라보며 내 나름의 길을 걷고 있다. 그저 이 길의 끝자락에도 평온함이 가득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여유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사일언의 독자들도 남은 2022년의 시간을 각자의 의미로 채우길 바라며, 그만 필자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더없이 즐거운 5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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