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선거여론조사와 선거여론조사위원회 역할

최유석 강원도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장·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띤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정당과 언론사 등은 표심 파악을 위해 선거여론조사를 거의 매일 시행하고 결과를 공표, 보도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의 투표참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지 후보가 뒤쳐질 경우, 투표 참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박빙 승부로 예상되면 유권자들은 자신의 한표가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식, 그 결과 투표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선거여론조사는 후보 지지도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투표참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거여론조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고, 조사결과를 정확하게 공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거여론조사의 타당도와 신뢰도 증진은 일차적으로 선거여론조사기관에서 수행할 일이다. 유권자 마음을 정확하게 추정할 전문성을 축적하고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할 일이다. 그러나 선거경쟁이 치열해지면 선거여론조사기관도 선거여론조사 의뢰 후보자나 정당 등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제공하게 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후보자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왜곡, 공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2014년부터 중앙·시도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를 구성, 선거여론조사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질문항목은 왜곡되지 않았는지, 표본이 대표성을 갖는지, 공표된 내용은 여론조사 내용과 정확한지 세밀한 부분까지 엄격하게 검증하고 있다. 또 선거여론조사기관 등이 계획한 선거여론조사를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조사방법, 설문내용 등을 미리 검토해 필요시 보완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질문항목이 특정 후보자에게 편향된 내용일 경우 보완을 요청하고 선거여론조사기관은 이를 보완해야 한다.

선거여론조사기관은 선거여론조사 후 결과를 중앙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하고 있다. 지난 24일 확인 결과 총 1만 431건의 선거여론조사 결과가 등록돼 있다. 여심위는 선거여론조사 내용을 깊이있게 검토하여 신고 내용과 차이가 있는지, 등록된 방식으로 실제 여론조사를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예를 들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후보자의 고향 지역만 조사하고, 선거구 전역을 조사한 것처럼 왜곡하여 공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심위는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후보자와 관계자 등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결과를 왜곡하여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여심위는 선거여론조사기관이 관련 법령과 기준에 맞게 선거여론조사를 수행하는지 체계적이고 심도있게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령과 기준 위반사례들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여심위 활동은 선거여론조사 결과의 타당성과 공표내용의 정확성 증진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후보자 선택과 선거참여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중앙여심위에 등록된 1만여건 선거여론조사결과에 대한 분석작업도 필요하다. 등록된 자료는 설문지와 응답자 특성별 집계된 통계표이기 때문에 엄밀한 분석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난 8년간 우리나라 유권자 표심의 전반적 향방과 변화를 대략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거나, 선거연구원(가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여론조사정보를 제공,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에게 더 많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