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중국, 이번엔 '진짜 항모' 내놓나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2. 5.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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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진수할 세번째 항모, 미국식 캐터펄트 자체 개발해 장착한 듯
미 의회조사국 "서태평양 제해권에 대한 주요한 도전" 긴장

중국 인터넷에는 요즘 올 하반기 진수될 예정인 세 번째 항공모함에 관한 소식이 넘쳐납니다. 국영 CCTV는 “세 번째 항모 이름으로 장수함이나 상하이함 등을 검토 중”이라면서 인민해방군 건군 기념일인 8월1일에 진수될 것이라고 보도했더군요.

중국 선전 당국이 세 번째 항모 띄우기에 대대적으로 나선 모습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흥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중국은 2012년에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와 개조한 랴오닝함을 취역시켰고, 2019년에는 랴오닝함 설계를 일부 변경해 처음으로 중국 기술로 제작한 산둥함을 실전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항모는 미국 항모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중국 자신도 잘 알고 있어요.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4월23일 해군 창건 기념일에 맞춰 공개한 영상에서 등장 인물이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세번째 아이(三胎)"라고 언급하는 방식을 빌어 세번째 항모 진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웨이신

◇첫 취역한 랴오닝함은 연습용

랴오닝함은 사실상 연습용 항모입니다. 항모 제작 기술을 배우고,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통해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용도였죠. 두 번째로 취역한 산둥함은 전투기 탑재 대수가 24대에서 36대로 늘어나는 등 개선된 부분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랴오닝함과 같은 항모입니다.

두 항모의 가장 큰 문제는 함재기의 이·착륙 방식에 있어요. 두 항모의 뱃머리는 각각 14도, 12도가량 위쪽으로 향해 있어요. 함재기가 항모의 짧은 활주로를 달려 쉽게 이륙하도록 뱃머리를 들어 올린 겁니다. 옛소련이 개발한 이 스키점프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함재기 이륙 중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2012년 취역한 중국의 첫 항모 랴오닝함. /중국군망

이륙 중량이 떨어지면 함재기에 싣는 기름과 무장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투기 작전 반경이 좁아지고, 상대방과 싸울 때 쓰는 실탄 수량도 적어지겠죠. 덩치 큰 조기경보기 같은 건 아예 이륙이 불가능합니다.

◇스키점프 방식의 결정적 약점

2차 대전 때부터 항모를 사용해온 미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기나 전자기로 함재기를 가속해주는 캐터펄트(catapult·발사장치)를 사용해요. 전투기 속도를 몇초 사이에 시속 250킬로미터 이상으로 가속해 쉽게 이륙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남중국해에 배치된 레이건함의 최대 이륙 중량은 45톤에 이른다고 해요. 반면, 산둥함의 최대 이륙 중량은 28톤 정도에 불과해요.

미국 최신 항모 포드함의 함재기가 전자기식 캐터펄트의 도움을 받아 이륙하는 모습. /미 해군

또 캐터펄트를 이용하면 함재기 출격 회수도 스키점프 방식의 2~3배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항모전단이 서로 맞붙는다고 하면 스키점프 방식을 채용한 중국 항모는 차와 포를 떼고 미국 항모와 겨뤄야 하는 셈이에요.

이 캐터펄트 기술은 개발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미국도 개발 과정에 큰 비용과 시간을 썼고, 인명 손실도 적잖았다고 해요.

◇“중 세번째 항모, 미국식 캐터펄트 장착”

중국이 세 번째 항모 진수에 흥분하는 건 이렇게 어려운 캐터펄트 기술을 개발해 이 항모에 장착했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증기 방식은 건너뛰고 바로 전자기식 캐터펄트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작년 11월 세 번째 항모를 제작 중인 상하이 장난(江南)조선소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이 항모가 미국 항모처럼 캐터펄트의 도움으로 이륙하고 어레스팅 기어로 착륙하는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시스템을 장착했다고 발표했어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작년 11월 공개한 상하이 장난조선소의 중국 세번째 항모 제작 현장. 뱃 머리 쪽에 2개, 좌현 쪽에 1개 등 총 3개의 캐터펄트 활주로가 설치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CSIS

산둥함까지는 장난감 취급을 했던 미국은 중국 세 번째 항모에 긴장하는 분위기에요. 미국 의회조사처(CRS)는 올 3월 보고서에서 “미 해군이 냉전 이후 처음으로 서태평양 지역 제해권 유지 능력에 대한 주요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썼습니다.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인도도 중국의 새 항모에 대적할 새로운 항모 개발을 고심하고 있다고 해요.

세 번째 항모에 장착된 캐터펄트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 항모엔 항모전단의 전투력을 좌우하는 조기경보기, 전자전기 등이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J-15, FC-31 스텔스 전투기 등 중국이 개발한 함재기의 무장 탑재량과 작전 범위도 상당한 수준이 될 겁니다.

랴오닝함이나 산둥함은 중국 근해용으로 미국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지만 온전한 전력을 갖춘 세 번째 항모는 서태평양과 인도양 등으로 진출할 수 있어요.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미 항모전단들은 중국 항모전단과 싸우느라 그만큼 대만해협으로 달려가는 시간이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성능 검증, 작전 능력 확보에 수년 걸릴 듯

다만, 캐터펄트를 개발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우선 중국이 개발했다는 캐터펄트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를 봐야 할 겁니다. 진수 이후 취역 전까지 진행되는 해상 테스트에서 중국산 캐터펄트의 성능이 드러나겠죠.

캐터펄트가 문제가 없다고 해도 함재기 조종사들이 이 새로운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항모전단이 대양 작전 능력을 갖추는 데도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요.

미국 항모처럼 원자력 추진이 아니라 기존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도 한계가 있습니다. 작전 기간이 그만큼 짧아지겠죠. 그럼에도 중국의 세 번째 항모는 미국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진짜 항모’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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