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中의 '약한 고리' 한국의 대응은

이귀전 2022. 5. 2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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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PEF·쿼드로 中 견제 나서자
中, 태평양 도서국 공략 세 불려
尹 정부 외교정책 美에 더 밀착
제2의 사드사태 막을 전략 필요

“왕이(王毅) 부장이 5월26일부터 6월4일까지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8개국 초청에 따라 정식 방문해 각국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각국 정부 수반을 예방합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쿡제도와 니우에와는 화상회의를, 미크로네시아 연방은 ‘클라우드 방문’을 한다. 피지 방문 기간인 30일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통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하고,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강력한 중국 견제에 나서자 중국은 바로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호주 등의 앞마당이자 대중국 포위망의 ‘약한 고리’인 태평양 도서국 공략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신용도가 낮아 투자나 대출을 받기 힘든 도서국에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출 명목으로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견제를 위한 군사기지 구축과 해양자원 확보뿐 아니라 대만에 대한 국제사회 고립이란 복합적 계산이 깔렸다.

왕 부장이 이번에 방문하거나 화상회의 등을 개최하는 남태평양 도서국(동남아시아에 속하는 동티모르 제외) 10개국은 모두 중국과 수교한 국가다. 중국과의 수교는 대만과의 단교로 이어졌다. 남태평양 도서국 14개국 중 나머지 4개국 마셜제도, 팔라우, 나우루, 투발루 등만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대만과 관계를 이어오던 남태평양 도서국과 수교를 맺고 미국 견제를 위한 ‘약한 고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과 호주 등도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을 피지에 급파하는 등 중국과 남태평양 도서국 간 ‘약한 고리’를 찾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중국과 도서국 간 회의가 열리는 피지가 남태평양 도서국으로는 IPEF에 참여키로 했다. 미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미크로네시아도 “중국의 제안이 남태평양 도서국을 중국에 종속시킬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의 다음 ‘약한 고리’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한국의 IPEF 참여 전후로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2일 IPEF에 대해 “중국은 각국과 함께 개방적 협력과 호혜·공영의 취지를 갖고 아·태 협력의 큰 무대를 함께 만들기를 원한다”는 비교적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IPEF 참여 방침을 공식화한 지난 16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의 IPEF 참여를 견제했다.

중국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이례적인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통화,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의 취임식 참석 등 한국 새 정부와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와 달리 미국 측에 기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반면, 중국이 한국에 최선을 다했지만 한·중 관계가 멀어진 원인은 한국에 있다는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최근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한국이 개방·투명·포괄성의 원칙에 따라 IPEF를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말한 대로 지키기를 희망한다”는 말은 궤를 같이한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의 고위 외교 관계자는 IPEF에 대해 “중국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는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을 던졌다. 중국 견제용이란 것이 뻔한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을 무시하는 듯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은 윤석열정부의 외교 능력에 우려를 키운다.

윤석열정부의 미·중 간 외교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전략적 모호성’과 달리 미국에 더 밀착할 것이다. 중국과 얼마나 거리를 둘진 모르지만 선택을 할 땐 상대 카드에 대한 대응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사드 사태 때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어떤 전략도 없이 똑같이 당하면 문제가 있다. 한 번 당하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당한 사람도 문제가 있는 법이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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