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사과의 오묘함

2022. 5. 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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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청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를 둘러싼 공방이 드세다.

그러나 사과에 대한 반발 목소리도 크고 높다.

"틀린 자세와 방식" "숨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는 날 선 공격이 난무했다.

사과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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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청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를 둘러싼 공방이 드세다. “민주당이 정말 많이 잘못했다.” “면목이 없고 염치가 없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린다.” 또한 ‘86 운동권 용퇴론’, ‘팬덤 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탈바꿈’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과에 대한 반발 목소리도 크고 높다. “틀린 자세와 방식” “숨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는 날 선 공격이 난무했다.

다른 공동비대위원장은 “86 용퇴론은 당과 협의된 게 없다.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고 격하했다. 급기야 지난 금요일(27일)에는 ‘사과에 대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사과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행위이다. 사자와 같은 동물이나 나무와 같은 식물은 사과라는 정교한 위기관리 행위를 하지 못한다. 매년 때가 되면 신기하리만큼 어김없이 찾아와 콧물과 눈물, 기침과 가려움을 일으켜서 사람들을 알레르기 곤경에 빠뜨리는 꽃가루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는 얘기는 없다. (동식물은 다른 방법으로 소통한다는 주장이 있다.)

사과는 “잘못된 행위(반칙, 공격, 무례, 범죄, 사기 등)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이나 후회나 양심의 가책을 언어나 비언어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On apology’, Lazare)

사과는 두 사람, 친구, 가족, 단체, 기업, 비즈니스, 국가 등 복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행위이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의 가치를 믿는 인간이라면 갖춰야 하는 기본 양식이다. 예외는 무오류를 자처하는 괴물 같은 인간이나 죽음과 폭력으로 국민을 옥죄는 독재자들뿐이다.

사과는 어떻게 하는가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따라 감동을 줄 수도, 더 큰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 1970년 12월7일 서독의 총리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의 전몰자 위령탑 앞에서 빗물로 흥건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돌발적인 그의 행동은 나치가 폴란드인들을 학살한 만행에 대한 사과였다. 그 어떤 행위도 천인공노할 범죄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 진정성에 유럽과 세계는 공감했다.

서독 지도자와 기업의 한결같은 사과와 배상 행동은 훗날(1990년 10월3일) 서독과 동독이 재통일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통일 독일이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성에 대한 주변국들의 의심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했다.

사과는 개인과 집단의 됨됨이를 드러낸다. 사과가 진정성을 갖고 변화를 향해 움직일 때 감동의 힘마저 지닌다. 그 반대도 물론이다. 사과는 용서와 비난, 성공과 실패, 천국과 지옥의 명암을 동시에 거느리고 있는 오묘한 소통행위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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