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 현장에서 박수 받은 사연 [HI★인터뷰]

우다빈 2022. 5. 2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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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가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JTBC '그린마더스클럽'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규리가 출연한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 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형들의 위험한 관계망을 그린 드라마다. 화화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규리가 자신에게 딱 맞는 기성복 캐릭터를 만났다. 우아하면서도 신비로운 인물 서진하를 그려내기 위해 하나씩 전사를 만들고 옷을 입혔다. 노력을 쏟은 만큼 애정도 컸다.

지난 26일 김규리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JTBC '그린마더스클럽'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규리가 출연한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 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형들의 위험한 관계망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 김규리는 프랑스에 유학하다가 루이를 만나 앙리를 낳은 후 1년 전 상위동으로 입성한 서진하를 맡았다. '펜트하우스 여신'으로 불리는 서진하는 동창인 이은표(이요원)와 재회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예술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다. 아울러 극 후반 자유로운 영혼 레아까지 소화하면서 1인2역으로 극을 이끌었다.


라하나 감독의 작품 제안, 인연이 찾아온 느낌

먼저 김규리는 작품을 마친 소감으로 "아련하고 벌써 그립다. 여운이 유독 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그린마더스클럽'의 연출을 맡은 라하나 감독은 김규리의 개인전에 직접 찾아갔고 작품 출연을 제안했다. 당시 김규리는 뜻밖의 요청에 더욱 감사함을 느꼈다면서 "인연이 나를 찾아온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고마웠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인 연기로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은 통상적으로 대본을 받고 대사를 외워서 현장을 가는 루트를 갖는다. 하지만 김규리는 직접 발로 뛰면서 서진하와 레아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 인물을 비주얼적으로 차별화두기 위함이었다. 직접 제작을 맡기면서 인물의 스타일을 완성했고 그만큼 애정도 깊었다.

김규리는 "연기만 준비했던 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제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관여했다. 오히려 재밌었다. 극중 진하는 부족한 것 없이 우아하고 모든 것을 다 갖췄다. 그래서 아이보리와 같은 미색들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또 결핍이 심리적으로 드러낼 때 빨간색, 초록색, 보라색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인물을 깊게 이해했던 김규리의 진심이 담겼다.

"저 역시 인물을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진하는 자신의 불안감, 고민들을 예술로 승화해요. 저도 제가 삶에서 느끼는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해왔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진하의 마음이 이해가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게 쉽지 않았어요. 대사만 외워서 가는 게 아니라 모든 에티튜드를 결정할 수 있었던 기회였거든요. 거기서 오는 만족감도 컸어요."

김규리가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JTBC '그린마더스클럽'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규리가 출연한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 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형들의 위험한 관계망을 그린 드라마다. 화화엔터테인먼트 제공

3년 만 복귀, 현장에서 박수받은 사연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하면서 갖는 불안감도 있었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현장에서 연기를 마친 후 시민들에게 박수를 받았던 순간이 김규리에게 자신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촬영 초반 술에 취한 진하를 은표가 데려다주는 장면이 있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렸는데 '컷' 이후 박수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주민들이 구경하다가 제 연기를 보다가 박수를 보냈다. 마치 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에 팔을 벌리고 감사하다고 했다.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 순간 김규리는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감을 느꼈다. 지금처럼 연기해도 괜찮다는 좋은 자극제였다. 그때의 박수는 김규리의 위축된 마음을 녹였고 원동력이 됐다.


이요원 비롯한 주역들, 서로 깔깔 웃으며 촬영

또 이요원 추자현 장혜진 주민경까지 배우들 간의 좋은 분위기도 현장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다. 워맨스 드라마인 '그린마더스클럽'의 주역들은 여성들의 우정과 가족애,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규리는 "여자들끼리 재밌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작품으로 워맨스를 처음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김규리는 "다섯 명의 여자가 앉으면 엄청 수다를 떤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쉴 새 없이 깔깔 웃었다. 특히 주민경이 분위기 메이커다. 장혜진 언니도 리더 역할을 많이 해줬다. 같이 앉아 있으면 다섯 명 모두 성격이 다 달라 다채롭다. 현장에서 늘 웃다가 왔다"고 밝혔다.

특히 이요원과는 오랜 시간 함께 한 막역한 사이다. 김규리와 이요원 모두 배우가 되기 전 모델을 하면서 인연이 이어졌다. 김규리는 "둘 다 코흘리개 모습을 알고 있다. 현장에서 민감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서로에게 집중하고 연기를 도와주면서 편하게 촬영했다. 처음 보는 배우면 더 배려하고 친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요원과 저는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친밀도, 관계들이 (연기적으로) 도움이 됐다"면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김규리가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JTBC '그린마더스클럽'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규리가 출연한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 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형들의 위험한 관계망을 그린 드라마다. 화화엔터테인먼트 제공

김규리의 올해 계획은 다시 예술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개인전 '김규리의 수호전(展)' 등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했던 김규리다운 목표다. 여전히 '그린마더스클럽'의 여운에 젖었다면서도 다시 붓을 잡으려 한다는 김규리에게 서진하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지난 1997년 모델로 데뷔한 김규리는 이듬해인 1998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긴 연기 경력 동안 그를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데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 김규리는 "저는 그대로다. '나'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나면 과거를 돌아보기도 한다.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신인 때는 치열하게 연기했다. 벽인지도 모르고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그런 시기들이 있어서 지금은 연기에 대해 여유가 생겼다. 조금 더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됐다"고 달라진 점을 짚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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