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나왔네".. 히딩크 감독, 2002 월드컵 제자들 만나 한 말은

문지연 기자 입력 2022. 5. 29. 23:03 수정 2022. 5. 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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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와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연합뉴스

“옛날엔 선수들이 날씬했는데, 지금은 뱃살이 나왔더라.”

20년 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거스 히딩크(76)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랜만에 만난 제자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그는 홍명보, 박지성, 이운재 등 ‘4강 진출’ 역사를 함께 이뤄낸 주역들과 한자리에 모여 추억을 돌이켰다.

히딩크 감독과 4강 주역들의 만남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뤄졌다. 대한축구협회장을 역임했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마련한 만찬회로 이날 현장에는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 설기현 경남FC 감독, 이운재 전북 현대 콜키퍼 코치, 송종국, 이천수 등이 함께했다.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본선 참가차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 탓에 영상으로 대신 인사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2019년 11월 사망한 핌 베어벡 감독에 대한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베어벡 감독은 2002년 히딩크호의 코치였으며, 2006년 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끈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이 만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 홍명보 감독이 앉아 있고, 화면에는 영상으로 연결된 황선홍 감독이 보인다. /뉴스1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떠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6강 진출이라는 아주 멀고 어려운 목표를 향해 헌신했던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선수들이 날씬했는데 지금은 체격이 참 좋아졌다. 뱃살이 나왔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당시 대표팀 주장이었던 홍명보 감독도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다.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 승리가 가장 기뻤고 기억에 남는다”며 회상에 젖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는 2002년 전후로 나뉠 정도로 한·일 월드컵은 큰 이벤트였다. 요즘은 그때를 기억 못하는 세대가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분이 기억해주신다”며 “그때 뛰었던 선수들이 이제는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한다. 한국 축구에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결승골을 터뜨린 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는 장면. /뉴스1

히딩크 감독은 올해 11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둔 벤투호를 응원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쉽지 않겠지만 지금 대표팀이 우리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란다”며 “결승까지 오르는 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결승에 못 가더라도 어떤 축구를 펼쳐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전 세계가 보고 싶어 하는 축구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으로 한·일 월드컵 유치의 주역이었던 정몽준 이사장은 “다수가 일본에 개최권을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일본은 그때까지도 월드컵에 오른 적이 없었고 한국은 이미 여러 차례 본선을 밟은 팀이라고 주장해 공동개최가 됐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2002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황의조(보르도)와 같은 꿈나무가 등장할 수 있었다”며 “월드컵 전에는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축구장도 없었다. 한국 축구의 기초를 튼튼하게 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이 28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장난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히딩크 감독은 전날 오후 여자친구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익살스러운 장난을 쳐 눈길을 끌었다. 쓰고 있던 마스크를 위로 올려 눈을 가리고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포즈를 취한 것이다. 그는 “20년 전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돌아와 한국인들을 보니 행복하다”며 한국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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