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친환경연료 시험무대 '인디500' 자동차 경주대회 D-1

인디애나폴리스=고재원 기자 2022. 5. 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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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2022년 인디500 경기를 하루 앞둔 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IMS) 경기장에서 연습 주행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매년 5월 말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는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출렁이는 빨간 깃발과 함께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모는 33명의 카레이서가 경주를 시작한다. 500마일(약804km)의 서킷을 달려 ‘인디애나폴리스 500(인디500)’이라 이름 붙은 이 자동차 경주대회는 24시간 동안 서킷을 도는 르망24시와 난코스로 악명높은 모나코 그랑프리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백미러의 기원이기도 한 이 대회 개최 때면 매년 약 30만명의 사람들이 경기장을 방문하고, 개최 몇 주전부터 경기장 근처에서 캠핑을 하며 수만명이 진을 친다.

28일(현지시간) 2022년 인디500 경기를 하루 앞둔 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IMS)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무관중, 지난해는 객석 허용 비율을 40%으로 제한한 이후 처음으로 정상 개최된 것을 반영하듯 경기장부터 수 km 떨어진 곳까지 캠핑카들로 북적였다. 가족들과 함께 3년 만에 다시 경기장을 찾았다는 마이클 르헤어 씨는 “시속 약 230마일(약 370km)까지 속도를 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들을 보는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디500은 ‘나스카’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자동차레이싱 대회인 ‘인디카시리즈’를 대표하는 경주대회다. 인디카시리즈는 1년에 총 16개 경주대회를 치르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1911년부터 시작돼 유서가 깊은 인디500이다. 인디카시리즈란 이름 자체도 인디500에서 따왔다.

백미러의 기원이 된 대회로도 유명하다. 당시 경주대회는 운전자와 정비사가 동승해 경기를 치뤘다. 주행 중 고장이 생기면 고쳐 주고 뒤쪽의 상황을 파악해서 운전자에게 알려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제1회 인디500에 출전한 레이 하운이라는 카레이서는 이런 통념을 깼다. 동승자 대신 운전대 앞에 조그만 거울을 달아 후방을 확인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차량의 중량을 줄여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IMS) 경기장 입장을 기다리는 관중들과 경기장 주변 캠핑장 풍경. 인디애나폴리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인디 500은 33명의 카레이서가 2.5마일(약 4km) 거리의 타원형 서킷을 200바퀴 도는 것을 경쟁한다. 모든 조건이 동일한 차량으로 운전솜씨를 겨루는 것이다. 올해 대회에서는 타이어는 파이어스톤, 차량 몸체는 달라나, 엔진은 혼다와 쉐보레, 연료는 스피드웨이가 공급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차량보다는 사람들의 역량을 경쟁하는 대회에 가깝다”며 “피트인 횟수나 타이어 교체시기 등 전술도 경기 결과에 중요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차량 자체의 기능보다는 사람의 실수가 대회결과를 가르게 된다”고 말했다.

인디 500은 1900년대 초 미국 자동차 시대의 개막과 함께 시작됐다. 원래 자동차 성능을 시험하던 장소였으나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진전되며 속도감을 즐기는 모터스포츠의 무대로 탈바꿈했다. 총 경주거리가 500마일(약804km)로 참가 차량의 평균 속도는 시속 300km 이상이다. 뉴질랜드 카레이서 스콧 딕슨이 올해 인디500 예선 경기에서 시속 234(약377km) 마일의 속도를 내며 사상 가장 빠른 속도 기록을 남겼다. 

인디 500은 새로운 자동차 연료의 시험장이 되기도 한다. 1960년대 중반까지는 휘발유를 공식 연료로 사용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 2005년까지는 메탄올을 연료로 썼다. 메탄올이 휘발유보다 안전했기 때문이다. 메탄올은 휘발유보다 높은 온도에서 발화한다. 많은 압축이 가능해 더 작은 연료탱크를 사용할 수 있어 화재나 폭발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메탄올로 인한 불이 나도 물로 쉽게 소화할 수 있다. 

인디500은 바이오에탄올 85%, 휘발유 15% 함량의 E85를 공식 연료로 사용한다. 사진은 정비 중인 경주용 차량. 인디애나폴리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하지만 문제는 메탄올 연소로 인한 화재의 경우 불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재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연료가 연소될 때 색깔을 갖도록 첨가제가 추가하도록 해왔다. 또 메탄올은 유해성도 갖고 있다. 일정 양 이상에 노출되면 피부에 화상을 일으킨다. 

이런 점들이 고려돼 2007년부터는 바이오에탄올 98%에 휘발유 2%가 섞인 연료가 도입됐다. 바이오에탄올이 메탄올보다 몸에 덜 해로우며 연비 또한 높아 연료탱크의 크기를 줄일 수 있게 되며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경주를 펼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 환경오염이 인류의 중요 의제로 떠오르며 휘발유 엔진 연소과정에서 이상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한계 수치인 옥탄가가 높아 엔진의 열 효율이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 2018년에는 바이오에탄올 85%에 휘발유 15% 섞인 연료인 ‘E85’를 선택한 이후 올해까지 그 선택을 쭉 이어오고 있다.

인디카시리즈는 2023년부터는 사탕수수로 만든 2세대 바이오에탄올과 기타 바이오연료를 혼합한 100% 재생가능한 연료를 사용하는 경주대회도 신설할 계획이다. 카를로스 마우어 쉘 탈탄소화부문 수석부사장은 “인디카 경주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모터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디 500에 출전하는 카레이서들. 왼쪽에서 4번째가 2회 우승 경력을 가진 콜롬비아 카레이서 후안 파블로 몬토야, 오른쪽 첫번째가 일본인 카레이서 사토 타쿠마. 인디애나폴리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이날 인디 500에 출전하는 카레이서 4명과의 만남 기회도 주어졌다. 2회 우승 경력을 가진 콜롬비아 카레이서 후안 파블로 몬토야와 동일하게 2회 우승경력을 가진 일본인 카레이서 사토 타쿠마, 멕시코 카레이서 파토 오워드 등이다. 최해민 씨가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인디 500 출전에 도전했으나 예선 탈락으로 실패했다. 카레이서들은 한 목소리로 바이오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차들이 출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토 선수는 “바이오에탄올을 연료로 쓰면 옥탄가가 높아 굉장히 차의 파워가 좋다”며 “경주에 매우 적합한 연료로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돼 지속가능성을 가진 연료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인디 500은 한국시간 기준 30일 오전 1시 30분 시작한다. 시상식에서 우승자는 흰 우유를 들이킨다. 1936년 우승자 루이스 메이어가 처음 시작한 것이 낙농업협회의 지원으로 일종의 전통이 됐다. 상금은 약 250만달러(약31억원)가 주어진다. 모인 후원금 액수와 경기 내용에 따라 정확히 정해지며 대회 하루 이틀 뒤에 발표된다.

시합에 출전하는 카레이서들은 최대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겠다며 인디500 경기에서 선전을 예고했다. 몬토야 선수는 “경주에 영향을 미치는 날씨를 주시하고 있다”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도박사들은 스콧 딕슨을 1위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다음으로 스페인 카레이서 알렉스 팔루와 파토 오워드가 높은 배당을 받고 있다. 
 

인디 500 경주에 나설 경주용 차량. 인디애나폴리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인디애나폴리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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