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청년층 '수도권 이동' 심화..정부, 균형발전·공급 확대 '딜레마'

송진식 기자 2022. 5. 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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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가 들어설 경기 고양시 창릉동 일대의 모습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는 수도권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도 꼽혀 ‘균형발전’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일자리 이유로 도시이주 줄이어
인구 급감에 지방선 ‘소멸’ 걱정
수요 많아 수도권에 집 더 지으면
자칫 인구 유입 부추길 가능성도

정부가 추진해온 국토균형발전계획이 점차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자치행정, 의회, 각종 제도 등의 발전 여부와는 별개로 지방을 떠나 수도권 내지 인근 대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반드시 균형발전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도시로 유입된 인구만큼 지방 소도시 등의 인구는 계속 줄어든다는 게 문제다. 균형발전을 하기도 전에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이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89개 지자체(2021년 기준)를 대상으로 인구유출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지자체의 주요 인구감소 요인은 청년층(만 20~34세)의 도시이주였다. 대도시로 이주하는 청년들은 주로 고학력·고숙련직들로, 결국은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지방을 등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수도권 인구 비율 50.4% 기록

29일 국토연구원의 ‘인구감소지역의 인구변화 실태와 유출인구 특성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0년 들어 출생인구보다 사망인구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와 수도권 인구가 지방 인구를 추월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속도는 최근 4~5년간 더 두드러졌다. 2009년 49.0%였던 수도권 인구 비율은 2017년 49.6%로 점진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2017년 이후로는 매년 0.2%포인트씩 늘기 시작해 2021년엔 수도권 인구 비율이 50.4%를 나타냈다. 2018~2021년 4년간 수도권 인구 비율 상승폭이 이전 8년간 상승폭 대비 2배를 기록한 셈이다.

국토연구원이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2021년에 선정한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인구구조 변화를 살펴본 결과 청년층의 도시유입이 주된 결과로 나타났다. 89개 인구감소지역의 2010년 청년 인구 비중은 17.0%였지만 2020년엔 13.3%로 줄었다.

고향을 떠나 수도권이나 주변 대도시로 유입되는 청년 인구수 추이도 수도권 인구 비율 상승 추이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청년층 순이동자 수는 2011~2017년 매년 2만8000~3만2000명 사이를 유지하다가 2020년엔 4만3000명까지 늘었다. 인구감소지역의 2010~2020년 유출인구의 평균 연령은 36세로 청년층 연령대에 근접했으며, 유출인구의 67.6%는 10~30대에 해당했다.

인구유출지역을 떠난 청년들이 주로 향한 곳은 수도권으로, 10명 중 3명 이상이 수도권으로 유입됐다. 2016~2020년 이들 지역에서 유출된 청년층 중 14.8%가 경기도, 14.7%는 서울로 유입됐다. 수도권으로만 32.7%의 청년인구가 향한 셈이다. 국토연구원의 최예술 부연구위원은 “최근 10여년간 인구감소지역 거주 청년들은 지속적으로 순유출되고 있다”며 “인구감소에 있어 청년층의 유출이 핵심고리”라고 밝혔다.

인구감소지역을 떠난 인구 중에는 고학력·고숙련 직종 종사자가 많았다. 2010~2020년 유출인구의 55.1%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직종별 분포를 보면 전문가 및 전문업 관련 종사자가 14.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사무종사자(8.5%), 서비스종사자(4.1%),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종사자(3.6%) 등의 순이었다. 최 부연구위원은 “인구감소지역에서 비인구감소지역으로 유출된 인구의 직종은 전문가 고학력·고숙련·고임금 직종”이라며 “더 나은 직업을 찾아 인구감소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유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서 주택공급 검토돼야

2020년 들어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공급 확대’였다. 그것도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을 늘린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핵심 공급대책으로 지난해 2월 발표된 ‘공공주도 3080플러스’(2·4 공급대책)에서 예고된 공급물량 83만6000가구 중 38.6%에 해당하는 32만3000가구가 서울에, 35%에 해당하는 29만3000가구가 경기·인천에 공급될 예정이다. 2·4대책 물량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3기 신도시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데, 3기 신도시 역시 모두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신도시든 도심 정비사업이든 수도권 주택공급 문제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검토가 됐어야 한다. 수도권에 주택을 더 공급할 경우 기존 무주택자가 유주택자로 전환되는 효과도 있지만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처음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할 당시 시민단체들은 투기 및 개발붐 조성, 수도권 집중 심화,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들어 계획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값 폭등이라는 상태에서 “공급 패닉”(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빠진 당시 정부 발표를 보면 ‘균형발전’은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균형발전을 생각하면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을 억제해야 하지만 집값을 생각하면 수도권에 아파트를 더 지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는 새 정부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17개 시·도지사들을 만나 “국민 모두가 어디에 거주하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주요 공급대책인 ‘청년 원가주택’, ‘역세권 첫집’ 등 총 50만가구 규모의 청년층 대상 공급주택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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