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한..전력시스템의 진화[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

국내에서 2017년 초 개봉한 미국 영화 <히든 피겨스>는 1960년 전후 진행된 미국의 우주탐사 프로그램인 머큐리 계획에 기여한 ‘계산원’, 특히 이들 가운데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들의 활약을 조명한다. 이 영화는 북미와 한국 등에서 비교적 큰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히든 피겨스>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컴퓨터 개론 수업에서 설명으로만 들었던 초기 컴퓨터의 설치 모습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한 사무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덩치가 큰 컴퓨터가 엄청난 두께의 설명서와 함께 모습을 나타낸다.
이렇듯 초기 컴퓨터의 덩치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이후 반도체와 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의 물리적인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주요 기능인 계산 능력은 높아져 온 것이다. 그렇게 20년이 흘러 1980년대에는 개인용 컴퓨터, 즉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며 정보혁명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지금도 컴퓨터는 기술 개발을 통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인공물들은 진화 단계를 거친다. 현대인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 휴대전화에서부터 업무에 쓰이는 노트북, 각종 모니터, 그리고 이동에 필요한 자동차들까지 존재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포함되는 기능의 조합은 계속해 바뀌었다. 이 가운데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시스템은 댐, 교량, 도로 등과 함께 인간이 만든 인공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이렇게 인프라 산업에 속하는 인공물의 진화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는 인공물들과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속도다. 변화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두 번째는 규모인데, 연결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규모가 점차 거대해진다는 점이다.
전력시스템은 전기를 생산하는 다양한 발전원, 그리고 송배전에 필요한 변압기 등의 기기들이 전선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러한 기기들은 진화 속도가 일반 소비재 제품보다는 다소 더딜지라도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해 왔다. 그리고 전력시스템은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네트워크 차원의 복잡성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모니터링과 운영 면에서 점차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지고 있다. 현재 이런 변화에 맞는 기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렇게 인공물의 진화를 추동하는 것은 기술적·비기술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된 맥락적인 변화이다. 즉 전력시스템이 양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기능적 관점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지만,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그 형태가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는 곧 발전원의 선택과 구성에 대한 기준 변화와 분산화 등을 의미하며,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추구하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의 진화 방향이다.
최근엔 에너지 자원의 공급과 관련한 새로운 맥락이 나타나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원 공급망이 혼란에 빠졌고,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은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변화가 견디며 극복해야 하는 환경인지, 아니면 적응해야 하는 환경인지 주목하며 미래의 진화 방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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