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도로 노화 늦추는 '자외선 차단제'는 바로 폐타이어
자외선에 항상 노출된 아스팔트
구조적인 안정성 깨져 균열 생겨
도로 보수에만 매년 엄청난 비용
폐타이어를 분쇄해 18~22% 섞은
자외선 내성 아스팔트 개발 주목
호주 연구진 “도로 수명 두배 늘어”
전 세계에 많은 고정팬을 갖고 있는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는 지구에 대규모 전쟁이 벌어진 뒤 남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배경으로 한다. 문명이 사라지고 법과 윤리가 완전히 무너진 이곳에선 내가 가진 자원을 지키고, 남이 가진 자원을 빼앗는 게 당연하다.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찾아 헤매는 대표적인 자원은 석유다. 식량이나 좋은 거주지를 찾아 자동차로 멀리 이동하려면 반드시 석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석유는 자동차를 굴리는 데 필요한 연료이면서 동시에 자동차가 빠르고 쉽게 달릴 수 있게 하는 포장도로의 재료다. 아스팔트 얘기다. 석유를 전부 증류한 뒤 마지막에 남는 물질이 바로 아스팔트다. 아스팔트를 쓴 도로는 자동차에 탄 사람에게 다른 재료를 쓴 도로보다 좋은 승차감까지 준다.
문제는 강도다. 아스팔트 도로는 건설 뒤 조금씩 파손되는데, 수명을 대개 5년에서 10년 사이로 본다. 도로가 많은 도시에선 유지·보수가 늘 필요하다. 과학계와 관련 업계에선 아스팔트가 부서지는 원인으로 비와 온도 변화 등을 지목해 대응 기술을 연구해왔지만, 또 다른 원인인 태양 자외선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과학적으로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 연구진이 자외선에서 아스팔트를 구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놨다. 버려진 타이어를 잘게 갈아 아스팔트에 섞는 것이다. 그랬더니 도로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났다. 타이어에서 얻은 고무 조각이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해 아스팔트의 손상을 막은 것이다.
■도로 파손 주범 ‘자외선’
호주 RMIT대 연구진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폐타이어를 이용해 자외선에 내성을 가진 아스팔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어 프로덕션’ 최신호에 실렸다.
자동차 도로는 지붕이 있는 다른 야외 시설물과 달리 햇빛에 완전히, 그리고 항상 노출된다.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의 ‘폭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외선은 아스팔트의 구조적인 안정성을 흔들어 놓는다. 균열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에 주름이 지듯이 도로도 갈라진다.
도로 파손의 원인으로 주로 잦은 비나 극한의 온도 변화, 자동차 하중 등이 지목되지만 과학계에선 자외선 역시 주요한 원인으로 본다. 하지만 도로를 자외선에서 보호할 확실한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그사이 도로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뿌려지고 있다.
연구진이 소속된 국가인 호주의 국가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2020년 도로 정비를 위해 지방 정부들이 지출한 예산이 29억호주달러(2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RMIT대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았다. 연구진을 이끈 필리포 기유스토지 RMIT대 교수는 “버려진 타이어를 잘게 분쇄해 얻은 고무를 도로 상단층에 섞으면 자외선을 막아 도로의 노화 속도를 늦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무 섞으니 수명 두 배로 늘어
연구진은 폐타이어에서 얻은 고무 부스러기를 얼마나 아스팔트에 섞는 게 좋을지 따져봤다. 아스팔트 중 고무 비율을 7.5%와 15%, 22.5%로 각각 달리 배합한 뒤 특수 실험시설에서 자외선을 쪼였다. 이 시설은 지상에 쏟아지는 1년치의 자외선을 한 달 반 만에 내리꽂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춘 곳이었는데, 연구진은 아스팔트가 화학적·기계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고무를 22.5% 섞은 시료가 자외선에 가장 잘 견딘다는 결과를 얻었다. 세 가지 시료 가운데 고무가 가장 많은 쪽이었다. 그런데 연구진이 더 자세히 살펴보니 고무가 너무 많으면 기계적인 손상에는 오히려 취약해졌다. 이렇게 되면 자외선에는 잘 버텨도 자동차 무게에 쉽게 부스러지는 도로가 나타난다.
연구진은 추가 실험을 통해 아스팔트에 대한 고무의 최적 배합 비율이 18~22%라는 점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잘게 부순 고무가 일종의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한다”며 “아무것도 섞지 않은 아스팔트 도로에 비해 수명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버려지는 폐타이어에 의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도로 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일석이조’를 실현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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