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산재 전속성 폐지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제도 시행 14년 만
배달 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속성이란 한 사업장에 전속해 근무했는지 여부를 뜻하는 것으로, 여러 곳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는 일정한 소득과 노동시간을 채워야 하는 산재 전속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산재보험에 가입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 전속성 폐지는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4년 만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186명 중 181명의 찬성으로 이 같은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산재보험법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법 적용 대상으로 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형태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점차 늘어났고 이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게 산재보험법의 제125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조항이다.
그런데 이 조항은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한해 이 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배달 노동자의 경우 한 사업장에서 한 달 소득 115만원, 노동시간 93시간(퀵서비스기사 기준)을 넘겨야 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오랫동안 산재 전속성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125조를 삭제하고, ‘노무제공자’ 관련 별도의 장을 신설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노동자가 노무제공자 범위 안에 포함되도록 했다. 노무제공자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으로서 업무상 재해로부터의 보호 필요성, 노무제공 형태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특정 사업장’이라는 전속성 요건을 뺀 것이다. 또 노무제공자의 보험급여 산정기준·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보험급여 지급 절차 등을 규정했다.
부칙에서는 개정안 시행일을 2023년 7월1일로 정하면서도, 공포 이후 시행 전까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주된 사업 외의 사업에서 최초로 재해를 입은 경우에는 산재보험을 적용하도록 했다. 법 시행 이전이라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를 맡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여야 모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아 본회의에서도 문제없이 처리됐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약 80만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산재보험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단기적으로는 기존 전속성 요건으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던 40만명을 포함해 약 63만명이 추가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개정 법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며 “향후 산재보험 적용 직종이 확대되면 50만여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공무원·교원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노동시간을 면제(타임오프)해주는 내용의 법안도 통과됐다. 일반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의 전임자는 노조 업무에 대해 노동시간 면제 제도가 적용되지만, 그동안 공무원·교원 노조의 전임자는 전임기간 중 휴직명령을 받고 그 기간에 보수지급이 금지돼 노조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개정안은 공무원과 교원에 대해서도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경우 등에는 노동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수의 손실 없이 노조의 유지·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말 한국노총을 찾아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제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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