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대표, 변죽만 울린 신장위구르 '방문'
인권문제 구체적 조사 못해
중 당국 선전에 활용 지적도
인권탄압 문제가 제기돼 온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방문을 마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중국 정부에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대테러 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하지만 ‘조사’가 아닌 ‘방문’이 갖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중국의 대내외 선전과 여론전에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첼레트 대표는 지난 28일 중국 방문을 마치며 광저우(廣州)에서 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나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대테러·탈급진화 조치가 무슬림 소수민족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구르족 강제수용 시설이라는 의혹을 받는 신장 지역 직업교육훈련센터에 대해 “독립적인 사법 감독의 부재와 무력 사용, 학대, 종교행위 제한 등의 우려가 있다”면서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고 임의적이고 차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지난 23일 이틀간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방문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신장에서 당 서기 등 현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카슈가르 지역의 교도소와 직업교육훈련센터도 방문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중국과 신장 지역을 방문한 것은 17년 만이다.
하지만 바첼레트 대표의 이번 방중은 처음부터 제한된 접근으로 한계를 가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와 국제인권단체는 바첼레트 대표의 방중에 앞서 ‘완전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그의 신장 방문이 오히려 중국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동안 신장 인권 상황 조사를 위한 바첼레트 대표의 제약 없는 접근 요구를 거부해 온 중국은 이번에 ‘조사’가 아닌 ‘우호 방문’을 전제로 그의 방문을 허용했다. 바첼레트 대표도 이런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은 조사가 아니었다”며 “중국 고위 지도자들과 인권에 대해 토론하며 서로의 의견을 듣고 우려를 제기하며 향후 더 정기적이고 의미 있는 교류를 위한 길을 닦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중국은 예상대로 바첼레트 대표의 방문을 대내외 선전에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브리핑에서 “바첼레트 대표에게 신장을 직접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신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신장이 서방 언론에서 악마화한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바첼레트 대표의 중국 방문과 그의 방문을 제한하고 조작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이번 방문에 부과한 조건들은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가 진행 중인 신장을 포함한 중국의 인권 환경에 대한 완전하고 독립적 평가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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