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격 범행 전 징후 남겼지만..방관한 SNS
‘유보’ 앱서 총기 보여주고
여성 납치·성폭행 위협도
“신고받고도 미온적 대응”
책임론에도 규제엔 ‘난색’
미국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격을 벌인 샐버도어 라모스(18)가 범행을 앞두고 복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상 징후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에서는 범죄예방과 관련된 SNS 책임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SNS 앱 ‘유보’(Yubo)에서 라모스를 알게 된 10대들은 그가 범행 전 성적인 제안을 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납치나 성폭행을 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라모스는 이 앱에서 총격 범행을 암시하는 행동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의 한 10대 유보 이용자는 지난주 라모스가 이 앱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침대 위에 놓인 총을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라모스는 또 개인 메시지로 한 이용자에게 총기 구매 영수증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용자들은 라모스의 행태를 유보 측에 신고했지만, 대응은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보 이용자인 어맨다 로빈스(19)는 라모스의 계정을 차단했지만 그가 앱에서 퇴출되지 않았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채팅방에 외설적인 댓글을 계속 올렸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보는 전 세계에 6000만명의 이용자가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10대들의 틴더(데이트 앱)라 불리며 인기를 끈 앱이다.
CNN은 “유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용자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초 단위로 모니터링하는 등 안전 기능을 자랑해왔지만 라모스는 계속해서 사용자들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 전반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됐다. 라모스는 인스타그램에서도 비공개 채팅 기능을 활용해 온라인 친구들에게 총기 구매와 관련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SNS 기업들이 유해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범행 예고 등 이상 징후 파악에도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SNS 기업들은 개인들이 보내는 메시지의 의미까지 하나하나 감별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WP는 1999년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 이후 ‘총격 징후를 보는 순간 얘기하라’는 원칙이 만들어졌지만, 낯선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SNS의 증가는 이런 원칙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화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어나기에 누가 어떤 징후를 보이고 있는지 파악조차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사생활을 강조하는 SNS 운영 추세는 온라인에서의 이상 징후 파악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메타의 경우 내년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메시지에 ‘종단 간 암호화’(E2EE)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E2EE가 적용되면 운영사인 메타조차 메시지에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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