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후악당'..내일은 늦어요"
“원전 확대 친환경 아니다”
게임·퀴즈 시민 의식 제고
“지난 5월 인도 폭염 당시 몇도까지 기온이 올라갔을까요?”
“45도요? 틀렸습니다. 55도까지 올랐어요.”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를 지키려고 대학생들이 나섰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에 친환경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행사가 29일 서울에서 잇달아 열렸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2022 알록달록 기후정의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서울, 인천, 광주, 강원 등 전국 대학교 학생 170명이 게임, 퀴즈, 체험 등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를 준비했다.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펭귄 얼음 깨기 보드게임 부스’에는 줄이 늘어서 대기시간만 15분이 걸렸다. 다른 부스에서는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전 확대가 친환경 정책이 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등 기후위기와 관련한 상식 퀴즈 게임을 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물속에 잠긴 물고기 인형을 낚고 기후위기 관련 퀴즈를 푸는 ‘낚시게임’에 참가한 직장인 채지원씨(23)는 “지나가다가 재밌어 보여 게임에 참여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한국이 ‘기후 악당’으로 불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행사를 기획한 대학생들은 각자 경험을 통해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김아현 대학생기후행동 사무국장(24)은 2020년 폭우로 산사태 피해를 본 전남 구례군에 자원봉사를 갔다가 ‘기후 난민’이 무엇을 말하는지 체감했다. 비닐하우스는 무너졌고 농민들은 수십년 살아온 집을 잃고 밖에서 지냈다. 김 사무국장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했다.
최재봉 대학생기후행동 대표(26)는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10년 내 제가 다니는 학교와 인근 인천 지역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환경단체 조사결과를 보고 대학생기후행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반환경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학생 환경 동아리 ‘우리가만들어갈 세상은 언제나, 푸름’(푸름) 회원 5명과 졸업 회원 1명은 “환경정책 포기? 윤석열 정부, 정신차려”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 환경엔 유예없다!” 등의 글씨를 직접 적은 폐종이상자를 펼쳐들었다. 이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당장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환경부는 당초 6월10일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일을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이유로 6개월 미뤘다.
2년째 푸름 활동을 하는 김수형씨(24)는 “2020년 ‘브리타 어택’을 보고 기후위기 문제는 시민이 움직이며 정부 정책과 기업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브리타 어택’은 수돗물 정수 필터 제조 업체 ‘브리타코리아’가 친환경으로 홍보해온 자사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지 않는 데 항의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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