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 좌파 콘텐츠 걸러내려 한 것..공개적으로 할 일, 몰래 한 것이 문제"
유튜브서 ‘위헌적 시각’
“친일하는 게 애국” 등
극우 성향 발언 ‘파면’
법원 취소판결에 복직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고위공무원이 최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가 작성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 인사는 극우성향의 정치적 발언을 해 2019년 파면됐다가 최근 파면 취소 판결을 받고 문체부로 복직했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현직 문체부 고위공무원인 한민호씨는 지난 26일 전직 기자인 김용호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연예부장’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했다. 한씨는 이 자리에서 “문화예술계에 노골적인 반(反)자본주의, 반대한민국적 콘텐츠가 많다”며 “그런 것들을 국가가 지원할 수는 없지 않나. (블랙리스트는) 그런 것들을 국가가 걸러내겠다고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좌파들이 문화예술계를 자신들의 무기로 애지중지하는 것을 건드릴 땐 준비를 많이 하고 갔어야 했는데 ‘그냥 문제가 있으니 깨자’는 식으로 접근했다”며 “민간 전문가들과 광범위하게 팀을 짜야 하는데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은 기껏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공개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몰래 숨어서 도둑질하듯이 바보같이 한 것”이라고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취지는 옳지만 ‘몰래 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한씨 주장은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배치된다. 헌재는 2020년 12월23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단절할 목적으로 심의에서 배제되도록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자의적 차별행위”라며 “문화예술인들이 향후 유사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씨는 이날 방송에서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윤석열 정권, 대한민국의 적은 공산주의자들이다”라고도 했다. 박보균 신임 문체부 장관에 대해선 “자유민주주의 신념이 투철한 분이란 건 알겠지만, 얼마 전 석방된 국정원장님들처럼 이 전쟁(문화전쟁)에서 지게 되면 몇년 쇠고랑 찰지도 모른다는 각오와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 싸움을 하고자 하는 분인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한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은 친일하는 게 애국이다’ ‘일본이 조선인을 참정권이 없는 2등 국민으로 취급했는데 이해가 간다’ 등의 글을 올리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다 2019년 10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파면됐다.
한씨는 2020년 3월 파면 취소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파면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문체부가 상고를 포기해 판결은 확정됐고, 한씨는 일반직 고위공무원으로 복직했다. 보직은 받지 못했으며, 문체부는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2020년 총선 때 우리공화당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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