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낙마에 벌써 무색해진 '책임총리'.. 윤핵관 주도 '당정 파워게임' 번지나

심진용 기자 2022. 5. 2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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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장직 본인 고사”
대통령실 발표에 연일 뒷말
한 총리 의지에도 당서 반대
협치 퇴색에 “식물총리냐”

새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낙마하면서 당정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책임총리제’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 의지가 당내 반발에 꺾인 모양새가 되면서다. 한 총리 지명 당시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협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윤 행장 이력이 낙마 배경으로 작용한 탓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 임명을 고사한 것에 대해 “오랜 고민 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결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본인 거취로 당정 갈등 이야기가 나오고 사태가 커지는 데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윤종원 불가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탈원전·소득주도성장·부동산 등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주도·비호한 인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내에서 워낙 반대 목소리가 컸다”며 “윤 내정자를 가까이에서 본 의원들일수록 특히 거부감이 강했다”고 전했다.

윤 행장의 국무조정실장직 고사로 새 정부 출범 초부터 당정 충돌이 불거질 수 우려는 일단 피했다. 권 원내대표가 연일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일각에서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주도로 당정 간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까지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책임총리제가 시작부터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총리는 “대체할 사람이 없다”며 ‘윤종원 카드’를 밀어붙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통령실도 최근까지 “한 총리 의지가 워낙 강하다”며 한 총리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했지만, 막판 당의 입장으로 기울었다.

한 총리 지명 단계부터 내세웠던 협치 논리 역시 빛이 바랬다. 한 총리 인준안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던 무렵 윤 대통령은 “협치를 염두에 두고 지명한 분”이라며 야당에 협조를 당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 총리를 발탁하며 협치를 강조해놓고, 막상 한 총리가 희망한 윤 행장은 전 정권 인사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오기형 선대위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윤 행장 낙마와 관련해 “총리의 적극적인 보증은 실세 윤핵관의 힐난에 곧바로 부도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국무조정실장 천거조차 못하는 책임총리가 어디 있느냐”며 “한 총리는 의전총리, 식물총리임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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