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총 막는 건 좋은 총뿐” 美총기협회, 총기 참사에도 규제 반대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2. 5. 29. 21: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분 브리핑]
3년만의 컨벤션… 트럼프도 참석
잇단 참사에도 “총기 더 확대하자”
정치인·법조인 등 회원 550만명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컨벤션 이틀째인 지난 28일 텍사스 휴스턴 행사장에 다양한 공격소총이 전시돼있다. 이 최대 총기 판촉 행사가 열린 것은 지난 24일 3~4시간 거리의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등 21명이 총기 난사로 숨진 뒤 사흘 만이다. /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어린이와 교사 21명이 숨진 가운데, 불과 사흘 만에 현장에서 차로 3~4시간 떨어진 휴스턴에서 미 최대 규모의 총기 판촉 행사가 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총기협회(NRA)가 27일(현지 시각)부터 사흘간 팬데믹 이래 3년 만에 첫 대면 연례 컨벤션을 개최,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총기를 더 확대하자”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 NRA는 무슨 단체인가.

미국 총기 관련 최대 이익단체다. 남북전쟁 직후인 1871년 군인 사격술 신장을 위해 설립됐다. 지금은 거세지는 총기 규제론에 맞서는 게 최대 임무다. 실제 미국 내 총격 사망 급증에도 의회는 지난 10년간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 같은 기본적 총기 규제 입법조차 실패했으며, 총기 생산·구매량은 매년 급증하는데 그 배후에 NRA가 있다.

- NRA는 왜 막강한가.

우선 정치인과 법조인, 연예인 등 여론 주도층 인사 550만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NRA는 연 4억달러(5000억원) 이상의 예산 중 절반 이상을 대관 로비와 홍보 자금으로 쓴다. 대통령부터 연방·주의원, 판사 등 공직자들의 ‘총기 옹호 성향’을 파악, A~F 6개 등급을 매겨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급은 주로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재 각 지역 후보들의 TV 광고전에서 총기 규제 내용은 20여 건에 불과한 반면, 총기 옹호 관련은 100건이었다. NRA 로비의 결과다.

지난 28일 텍사스 휴스턴의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컨벤션 행사장 앞에서 잇딴 총기 참사에 따른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참석자들을 향해 야유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컨벤션엔 당초 참석키로 했던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비난 여론을 의식해 대거 불참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텍사스 출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이 참석해 총기 확대를 주장했다. /AFP 연합뉴스

- 18세 고교생이 초등생들을 쐈는데 무슨 논리로 총기 확대를 주장하나.

‘나쁜 총을 막는 건 좋은 총밖에 없다’는 논리다. 교사 등 ‘선량한’ 일반 시민을 더 무장시켜 ‘악한’ 총격범을 제압하라는 것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컨벤션에 참석해 “(총기 규제는) 법을 지키는 시민까지 무장해제하라는 것”이라며 “악(惡)의 존재는 오히려 시민들을 무장시켜야 할 이유”라고 했다.

NRA는 총기 난사는 정신병이나 가정 붕괴 등 개인의 문제일 뿐, 미 독립 혁명과 개척의 수단이었던 총기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수정헌법 2조에 보장된 총기 소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