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이 막은 윤종원 국무실장 기용, 책임총리제 약속 어디 갔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당 반대에 부딪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하지 못했다. 윤 행장은 지난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무조정실장직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고사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도 “윤 후보가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그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업무를 분담해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총리제 실현을 공약했다. 한 총리도 지난 20일 국회 인준을 통과한 뒤 “책임총리로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열흘도 안 돼 총리 추천 인사가 여당 반대로 무산됐다. 첫발부터 삐걱댄 책임총리제가 실현될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윤 행장 임명을 가장 앞장서 막은 것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른바 ‘윤핵관’이다. 이들은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했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한 총리는 “훌륭한 경험을 가진 분”이라며 두둔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권 원내대표는 총리를 제쳐놓고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임명 불가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경제 총리를 자임한 한 총리가 결국 윤핵관의 반대에 부딪혀 자기 사람 하나 임명하지 못한 것이다. 권 대표는 “왜 한번 일해본 사람하고만 일하려고 고집을 피우시나”라고 한 총리를 힐난했다. 아무리 전문성이 있어도 전 정부에서 일한 사람은 쓰지 않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셈이다. 가뜩이나 인재 기용이 편협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에 편까지 따지다니 걱정스럽다.
책임총리제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하고, 이어 장관에게 차관 인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총리와 해당 부처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총리를 보좌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지휘·감독, 정책 조정을 맡는 국무조정실장 인사조차 총리 뜻대로 할 수 없다면 어떻게 책임총리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 총리가 인준되자 책임총리제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고위공직자 검증을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도 법무부보다는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게 맞다. 그래야 윤 대통령이 복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권력을 몰아준다는 비판도 면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책임총리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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