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이용한 '라면 속 응모권'.."600개 사도 실패"
한 라면 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라면 안에 유명 아이돌 팬사인회 응모 카드를 넣어 팔고 있는데요. 라면을 아무리 사도… 이 응모권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라면 600개 넘게 샀는데도 안 나왔다는 사람도 있는데, 무슨 일인지, 구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이돌 A씨의 팬 사인회 응모에 필요한 포토카드입니다.
라면 5개들이 한 묶음을 사야 한 장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떤 팬은 130장, 76장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아도 팬 사인회 참석에 응모할 자격은 없습니다.
네 가지 카드 중 두 장을 모아야 응모 요건이 되는데 한 종류의 카드를 거의 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필요 없는 라면만 남은 팬들은 중고로 팔거나 길에서 나눠줬다고 합니다.
구하기 어렵다던 그 카드 한 장은 라면 100봉지 값에 맞먹는 4만원, 5만원에 거래됩니다.
이런 노력을 기울여도 사인회에 가는 게 아닌 응모 기회만 얻는겁니다.
라면 업체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카드 개수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에게 이런 상술은 익숙합니다.
한 앨범을 수십 장, 수백장씩 구매하는 팬들.
앨범에 무작위로 스타들 사진을 넣어두면 팬들은 이 '포토 카드'를 사려 앨범을 여러장 사야합니다.
[A씨/아이돌 팬 : CD재생기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거(앨범)를 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볼 수가 없었어요.]
상술의 시작은 이런 포토 카드를 모두 모으는 문화입니다.
희귀 카드는 앨범값의 수십배인 50만원, 70만원에도 팔립니다.
[B씨/아이돌 팬 : 어떤 한 앨범의 카드를 다 모았다는 걸 드래곤볼이라고들 하시는데 더 예쁜 것일수록 비싸고 잘 안 나와요.]
카드가 걸리는 건 도박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A씨/아이돌 팬 : 이 사람이 됐지. 그럼 나도 되겠지. 왠지 될 것 같은 날이야. (이렇게) 원래 하나를 사야 하는데 8개를 산 거죠.]
수가 적은 인기 카드를 사려 팬들은 더 많은 앨범을 사니 확률 조작 의혹도 나옵니다.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200만원 어치 앨범을 샀지만 사인회에 못 간 C씨.
[C씨/아이돌 팬 : 한 사람이 몇백 장을 사다 보니 그냥 쓰레기를 엄청 많이 찍어내는 느낌이고, 환경오염에 대한 죄책감은 저희가 떠안게 되는 기분이죠.]
전 세계 케이팝 팬들도 이런 문화는 문제가 있다며 각지에서 시위를 벌입니다.
[연예기획사들이 친환경 앨범 선택지를 전면 도입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세계인이 즐기는 케이팝.
이제 구시대적 판매 상술은 사라질 때가 됐습니다.
(인턴기자 : 이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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