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3억원 후학 양성에 쓰겠습니다"

정유정 2022. 5. 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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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호암상 공학상 차상균교수
대용량 메모리 서버기술 공로
"대학에서 논문만 쓰지 말고 기술을 현실화해 보자는 꿈으로 미국에 건너가 대용량 메모리 서버의 시대를 개척했습니다. 의미 있는 혁신의 시작은 한국의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됐어요."

올해 삼성호암상을 수상한 차상균 서울대 교수(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차 교수는 대용량 메모리 기반 서버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공로를 인정받아 삼성호암상 공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차 교수는 기존 대용량 데이터 시스템이 처리 속도가 느린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해 빠른 연산과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 분석이 어려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리 속도가 빠른 D램을 큰 용량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했고, 실제 대용량 메모리 시스템을 구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구글과 아마존, 메타, 인텔, HP 등 1만7000여 개 기업이 그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SAP HANA(하나)를 사용할 정도로 기술 수준은 독보적이다.

차 교수는 20여 년 전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상용화하기 위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주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한다'고 말렸지만 그는 2001년 창업을 목표로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부푼 꿈을 안고 미국에 갔지만 곧바로 시련이 닥쳤다. 닷컴 버블이 붕괴되는 가운데 9·11 사태도 일어난 것이다. 차 교수는 현지에서 TIM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차 교수는 "백면서생으로 지내던 내가 시장에서 돈 버는 방법을 알 리가 없지 않냐"며 "계속 투자자들을 만나고 시장을 공부하면서 2005년에야 겨우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에 기업을 매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스펙 쌓기에 성공한다고 인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항상 안전한 쪽으로만 가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때는 나도 실패의 연속을 겪었다"며 "작은 실패를 극복할 줄 알아야 훗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이번에 받게 되는 삼성호암상의 상금 3억원 전액을 후학 양성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국비유학생 제도 덕분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며 "내가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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