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온양온천5일장에 울린 '공허한 외침'

이시우 기자 2022. 5. 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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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집중 유세에 유권자는 '시큰둥'..지지자 결집 효과만
'지킬까, 뺏을까' 민주당·국민의힘 아산시장 놓고 총력
양승조, 김태흠(사진 왼쪽부터) 충남도지사 후보가 29일 5일장이 열린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 뉴스1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5월의 마지막 휴일인 29일, 충남 아산 온양온천역 주차장에 장이 섰다. 매달 4일과 9일 마다 열리는 풍물5일장이다.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활용되다 5일 마다 시장으로 모습을 바꾼다. 5월의 마지막 장날인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상인들이 좌판을 펼쳐 놓아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출마자들이 기회를 놓칠리 없다. 각 당의 출마자들은 일찌감치 온양온천역 광장에 선거 유세차량을 세워놓고 유세전을 준비했다. 광장은 파랑과 빨강으로 나뉘었다.

오전 10시 더불어민주당이 유세를 시작하며 광장은 파란색으로 둘러싸였다 . 민주당 선거 홍보단이 흥을 돋우었고 출마자 등이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했다.

100 m도 안되는 곳에서 선거유세가 시작되고 스피커를 통해 후보자들의 연설이 연신 고막을 때렸지만 시선을 돌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장을 보러 온 시민은 바닥에 놓인 물건들을 찬찬히 살폈고 상인들은 야채를 다듬거나 물건 값을 흥정하느라 바빴다.

오히려 시장을 들어서는 시민들은 "아유 시끄러워" 짜증을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부모를 따라 나온 자녀들은 귀를 막은 채 좌판 사이를 오가야 했다. 이모씨(44)는 "아이들에게 5일장을 설명해 주고 물건도 구입하기 위해 천안에서 찾아왔는데 날을 잘못 고른 것 같다.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해서 일찍 돌아가야겠다"라고 말했다.

장을 보러 온 시민들도 대체로 시큰둥했다. "난 몰라", "안들려" 하며 지나치기 일쑤였다.

29일 온양온천역 5일장이 열려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집중 유세를 펼쳤지만 장을 보러 온 시민과 상인들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뉴스1

대신 선거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장을 보러 온 시민들과는 다르게 질문과 동시에 대답이 술술 나왔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김모씨(51·여·온양3동)는 "자꾸 지난 12년 동안 도정을 잘못 했다고 하는데 근거가 있어요? 기업 유치도 많고, 특히 아산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데 자꾸 한 게 없다, 바뀐 게 없다만 해요. 언론에서도 잘한 일은 잘했다고 해야 하는데 받아 쓰기만 하면 어떡해"하며 핀잔을 줬다.

민주당이 주어진 시간을 마치자 국민의힘 유세차량이 자리를 메웠다. 민주당 선거운동은 관망하던 시민들이 일어서 관심을 보였다. 민주당 운동 때보다 많은 시민들이 주위를 에워쌌다.

아산시장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모씨(71·여·온천동)는 "내 주위에는 다 박경귀(국민의힘) 후보 찍겠다는데 유튜브에는 오세현(민주당)이 앞선다고 하대. 사실이야. 우린 유튜브만 보니까"라며 의아해했다.

법적 다툼으로 번진 아산시장 후보 간 공방에 대해서는 대체로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박경귀 후보는 최근 오세현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고, 오세현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박 후보를 고발했다. 박 후보도 맞대응했다. 이같은 내용이 짧게 담긴 플래카드가 도심 곳곳에 걸려 있다.

오세현, 박경귀 아산시장 후보가 29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 뉴스1

이모씨(58)는 "부동산 투기 이야기가 있길래 봤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던데. 그냥 신경 안써"라고 답했고, 윤모씨(61)도 "처음들어 본다"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교육감 선거를 두고는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쳐졌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한 시민은 "내 나이가 70이 넘었어. 이제 곧 손자가 대학 갈 나이야. 근데 무슨 교육감까지 찍어. 교육감 선거는 교장 선생님들이 모여서 뽑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광장을 울리던 선거 운동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고막을 때리던 요란한 소리가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닿아 울림을 줬을지 의문이 들었다.

아산은 천안과 함께 젊은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지난 대선에서도 충남에서는 유일하게 이재명 후보의 표가 많았다. 앞선 여론 조사에서도 이같은 흐름은 유지됐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우세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충남 전 지역 석권을 노리는 국민의힘은 아산에서의 승리로 화룡점정을 찍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3일 앞으로 다가온 아산시장 선거가 충남 민심을 살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ssue7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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