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후보들 '아전인수' 공약에.. 불똥 맞은 광역·지자체 [6·1 지방선거]
이재명 "김포공항 이전" 주장에
제주 지역 여야 후보 모두 발끈
산은 이전·매립지 놓고도 충돌
"김포공항 옮겨 주변 일대 개발"
이재명·송영길 한목소리 주장
민주 의원들 "논의 없었다" 진화
與 "제주관광 말살" 지역 표몰이
오세훈·박형준, 산업銀 이전 갈등
인천시장 단골 메뉴 '매립지 종료'
吳 강력 반발로 첨예 대립 양상
선거 막판 변수로 급부상한 지역 갈등의 대표적인 공약은 ‘김포공항 이전·통합’ 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낸 공약인데, 이로 인해 제주 지역 여야 후보들이 발칵 뒤집혔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관련해서 여야 서울시장 후보는 모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가운데 부산 쪽 후보들은 적극 유치를 주장하고 있어서 충돌 중이다. 인천시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 논쟁’은 서울시장 선거까지 불똥이 튀었다. 충청권에서는 여야 세종시장 후보들이 낸 KTX역 신설이 충북지사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주로 불똥 튄 ‘김포공항 이전’… 판세에 영향 미칠까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제주를 비교적 안정권으로 판단했다. 호남은 전통적인 텃밭이고, 제주 지사 선거에서는 ‘4·3 특별법’ 통과의 주역인 민주당 오영훈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꾸준히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후보와 송 후보가 지난 27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내놓은 ‘수도권 서부 대개발’ 구상안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주 관광산업 말살”이라는 프레임으로 받아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후보와 송 후보는 김포공항을 인천공항 등으로 이전·통합하고, 계양·서울 강서·경기 김포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안을 선보였다.
이들은 김포공항 주변이 소음피해와 고도제한 등으로 문제가 많고, 인천공항과 원주·청주 등 대체 공항도 인근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제주까지 이어지는 KTX용 해저터널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전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전격 제주를 찾아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이 대표는 “김포공항은 우리나라의 국내선 공항으로 수요가 넘치는 곳이고, 3700만명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여객은 제주도로 오는 여행객”이라며 “이 후보 측이 주장하는 청주공항 또는 원주공항으로 제주노선 이전이 이뤄지면 시간과 비용이 증가해 제주도 여행 수요가 해외로 이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지역 후보 간 혼선을 빚자 “콩가루 정체성 그 자체”라고 맹공을 펼쳤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드론 택시 등 미래 교통수단 측면에서 앞으로 김포공항의 용도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거들었다. 수도권과 제주 선거에서 이 이슈로 막판 ‘싹쓸이’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민주당 제주 지역 인사들은 진화에 나섰다. 오영훈 후보와 송재호·위성곤 의원은 전날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해 사전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도민 갈등을 조장하는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오영훈 후보는 회견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번 공약은 대선 과정에서 송영길 후보가 주장하던 내용으로, 당시에도 이미 논의 과정에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당 공약에 넣지 않기로 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국민의힘이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 후보 측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이 수도권 서부 대개발을 위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비틀고 왜곡하며 민주당 갈라치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라며 “김포공항의 제주노선 기능은 인천공항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사회기반시설 확충으로 제주 접근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주 지역 사회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107명의 제주지역 관광 경영인·교수 모임도 이날 규탄 선언문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가) 제주도민의 불편과 제주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간 공약 충돌은 수도권과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은행 이전 문제는 당을 떠나 서울과 부산이 대결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지난달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자해행위”라면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송 후보도 “산업은행이 있어야 서울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며 “서울시장이 돼 윤석열정부의 국무회의에 참석해 산업은행 이전에 따른 우려를 강력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측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에 더해 “수출입은행까지 부산으로 동시 이전하겠다”고 내걸었다. 민주당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더해 수협중앙회까지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장 선거 단골 메뉴인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서울시장 선거판에도 올랐다. 인천시가 예고한 대로 2025년 수도권매립지가 종료되면 이후 서울 쓰레기는 갈 곳이 없어진다. 국민의힘 인천시장 유정복 후보와 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모두 2025년 종료를 외치고 있지만, 오세훈 후보는 “서울·인천·경기·환경부 4자 합의문을 보면 문구 어디에도 ‘2025년이 마지노선’이라는 문구는 없다”고 맞섰다. 송영길 후보는 “서울시장이 되면 인천시민도 배려하고 서울시민도 배려하는 중간 솔루션을 찾아내겠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민주당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최민호 세종시장 후보 모두 KTX 세종역 신설을 내걸었는데, 이로 인해 충북 후보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노영민 충북지사 후보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가 원칙을 정했고, 문재인정부 5년간 변함없이 지켜져 왔다. 충청권 4개 시·도가 합의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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