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닥치고' 공급·개발에 대한 우려

2022. 5. 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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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이번 6·1 지방선거의 쟁점도 결국 지역개발이다.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개발을 약속하고 있다. 오늘보다 더 잘 살고 싶다는 욕망 속에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부동산은 최상위 정책과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추진 정상화, 신속통합기획으로 정비기간 단축, 주거환경개선 등을 내걸고 있다. 또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41만호 주택공급 등 부동산 공급 확대와 금융지원을 내걸었다. 두 후보 모두 한마디로 '닥치고' 주택 공급이다.

이러한 '닥치고' 공급, 지역개발 중심의 부동산 공약이 과연 적절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민주당은 서울의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의 패배 이후 입장을 확 바꿨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5%, 자가 보유율도 42%밖에 불과하다며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송 후보와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20만 호 아파트를 짓겠다는 공약마저 내놓았다. 그러자 서울 동북부 주민들의 국내선 탑승의 불편함과 제주 관광객 감소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주택공급에만 골몰하면서 시야가 좁아져 김포공항 이전 문제점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퇴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서울의 주택 부족을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만약 그 진단이 맞다면 해결책 역시 그 연장선에서 접근해야 한다. 흔히들 20·30대 청년들은 교육과 직장을 찾아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1인 가구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육과 직장의 서울 쏠림에 대한 해소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했다. 얼마 전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대학생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지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문화인프라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아무리 고향이라 하더라도 이렇다 할 문화시설이 없는 지방에 살고 싶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의 서울 쏠림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만약, 이혼과 사별이 50·60대의 1인 가구의 원인이라면 이들의 재혼과 비혼 동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주택이라는 표피적 현상을 넘어서는 근원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서울의 주택 부족 현상은 한편으로는 아파트 외 대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택=아파트'가 아니지만 아파트만이 주택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현재의 20·30대 대부분은 아파트에서 태어나 성장한 세대다. 이들에게는 아파트는 필수 주거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체재인 단독주택과 빌라 등이 아파트와 견줄 만큼의 방범과 도로, 주차공간,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파트 공급보다 단독주택, 빌라 등 거주자 등이 누릴 수 있는 지역공동체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일지 모른다.

'닥치고' 주택공급은 결국 난개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흔히들 서울을 600년 도읍이라고 말하지만 고궁 외에는 옛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서울 전역이 이미 고층의 아파트 숲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옛 모습이 잘 보존됐던 경복궁과 청와대 인근에서도 최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으로 개발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다.

한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적어도 30년은 바꿀 수 없다. 아파트 중심의 개발은 후세에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와 서울의 역사적 가치를 함께 보존할 수 있는 고민이 진행돼야 한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2~3년 전과는 크게 다르다.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빅스텝' 금리 인상조치를 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껑충 오르고 있다. 빚내서 내집 마련하겠다는 사람들도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마련한 공급대책인 3기 신도시 건설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그런 면에서 대규모 개발과 주택공급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서울과 그 인근 주택공급이 적정선을 넘어서면 수도권 거주 수요자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지방의 사람들을 끊임없이 수도권으로 끌어모으면서 지방의 소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수도 서울의 시장 후보라면 단지 서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생각하는 안목에서 주택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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