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팔아 '매출 2조'..中팝마트 '블라인드 마케팅' 뭐길래 [中心잡기]
중국, 2024년까지 5조6000억원대 성장 전망
해외 첫 매장 한국에 낸 팝마트, 23개국 진출
Z세대에 인기, 완구·커피 등 각 분야로 확산돼
스타벅스의 연초 연례행사인 ‘럭키백’ 프로모션. 한정판 가방에 텀블러, 머그컵을 비롯해 무료 음료 쿠폰이 들어있습니다. 어쩌다가 운이 좋으면 추가 쿠폰도 들어있고 작년 상품이지만 정상 판매가 이상의 제품을 얻을 수 있으니 마니아들에게 해마다 인기를 끌죠.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 재고를 소진할 수 있으니 밑질 게 없는 행사입니다.
박스를 열기 전까지 내가 산 물건이 뭔지 알 수 없는 이런 상품이 한국에선 스타벅스 외에도 최근 화장품, 가전제품, IT 기기 업체 등을 통해서도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도 이런 방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마케팅을 ‘블라인드 마케팅’이라고 하는데요.
일종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국에서 이런 블라인드 박스를 이용한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5년 22억6000만 위안(약 4200억 원)이던 시장 규모는 6년 만인 지난해 139억1000만 위안(약 2조5900억 원)까지 성장했고, 2024년에는 300억 위안으로 두배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장률은 조금 둔화되더라도 2024년까지 해마다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팝마트(중국명 泡泡瑪?特)는 중국에서 이런 블라인드 마케팅으로 가장 성공한 기업입니다.
2010년 설립된 팝마트는 2016년 첫 블라인드 박스 '몰리(Moly) 별자리 시리즈'를 선보이고 지금처럼 블라인드 박스를 이용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팝마트는 10개 안팎의 장난감 캐릭터를 박스에 하나씩 담아 판매합니다. 한 세트를 완성하게 만드는 수집 욕구를 자극했죠.
세트마다 한두개씩 낮은 확률로 뽑히는 캐릭터를 만들어 재구매를 유도합니다. 새로운 세트가 나올 때마다 마니아층은 열광하고, 팝마트의 매출도 그만큼 매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팝마트는 해외 진출도 했는데, 2020년 9월 서울 코엑스에 연 직영점이 첫 해외 매장입니다. 그해 11월 11일 광군제 때는 매출액 1억4200만 위안을 돌파해 장난감 업계 1위를 차지했고, 다음달인 12월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당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45억7000만 홍콩달러(약 6500억 원)이 됐습니다.
해외사업도 강화하면서 작년 1월에는 유럽 첫 매장인 영국 매장을 열었습니다. 작년에만 7개의 해외 매장을 오픈해 현재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 등 23개 국가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팝마트의 실적도 해마다 눈부실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이 49.3% 증가한 25억1000만 위안, 순이익은 5억9000만 위안으로 이익률이 23.5%나 됐습니다. 최근 2021년 실적도 발표됐는데 매출액은 2020년 대비 78.7% 증가한 44억9000만 위안, 순이익은 69.6%가 증가한 10억2000만 위안입니다. 고객 충성도도 높아 회원의 매출이 90%를 넘고, 재구매율도 56.5%에 달합니다.
팝마트의 핵심은 지적재산권(IP)입니다.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제작한 콘텐츠, 헬로키티 등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캐릭터가 포함돼 있고, 한국의 캐릭터 상품도 발매됐습니다.2020년 6월말 기준 자체 소유 IP 12개, 독점 IP 25개, 비독점 IP 56개 등 93개의 IP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체 IP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그만큼 로열티가 줄어들어 수익률은 늘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한 주가지수 구성 종목에 팝마트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MSCI 지수 편입은 대체로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됩니다.
팝마트가 성장만 하는 것 같지만 최근 시련도 겪고 있습니다. 주가를 보면 상장 직후 가파르게 올라 작년 2월만 해도 100홍콩달러를 넘었던 팝마트의 주가는 이후 내리막 행진을 이어오며 현재 30홍콩달러가 붕괴되기도 했습니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이익률이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전히 다른 산업들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이익률이지만 주가는 현재보다 미래를 반영하니까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에선 고속 성장하는 기업에 견제가 가해지곤 합니다. 작년 12월에 허위 홍보 혐의로 베이징 계열사 2곳이 각 20만 위안 씩 4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톈진 계열사에도 5만 위안과 2만 위안의 벌금이 내려졌습니다.
올해는 KFC와 콜라보한 제품이 소비자의 과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중국소비자협회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장난감만 확인하고 KFC 제품은 먹지 않고 버리는 일이 반복되자 문제를 지적한 거죠.
팝마트의 소비 중시에는 'Z세대'가 있습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만화를 좋아하며 자란 중국의 Z세대는 기성 세대와 성향이 다릅니다. 일찌감치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있었던 탓에 쉽게 소비로 이어지는 편입니다.
특히 이들은 소비 자체를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고, 남과 다른 나만의 수집욕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고 오프라인 체험 매장에서 어떤 제품들이 새로 나왔는지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이들에겐 일상입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중고시장 활성화도 블라인드 마케팅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내가 샀던 상자에 이미 갖고 있던 장난감이 들어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과 중고로 거래를 하는 일이 많아졌거든요. 기성 세대라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을텐데 Z세대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팝마트가 블라인드 마케팅 시장에서 대성공을 기록하자 이들을 추종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완구 업계에서 특히 거의 유사한 형태의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중국 기업 19八3(1983), 드림캐슬(dream castle), 쿠러차오완(酷?潮玩)을 비롯해 미국 완구업체 토이저러스와 잡화매장 미니소 등도 열어보기 전까지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모르는 블라인드 박스 출시에 동참했습니다.
2020년 말 기준 탑 3 브랜드는 팝마트, 파인딩유니콘(???角?), 로라이프(若?)라고 합니다.
이들 외에도 칵테일, 커피, 화장품 등의 업체들도 신제품을 출시하며 블라인드 박스 마케팅에 뛰어들었습니다. 중국 관광지와 박물관 등에서도 관련 제품을 내놓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정판에 대한 관심 덕에 허난성 박물관에서 내놓은 제품은 판매 시작 1분만에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국내에도 이런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결국 얼마나 적정한 보상을 해주느냐가 사업을 이어가는 관건이라고 합니다.
잘못할 경우 속았다, 이용만 당했다라고 느낄 수 있고 결국 브랜드나 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뭔지 모를 기대감과 호기심을 적당히 자극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좋은 마케팅 소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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