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가 가져와 바퀴벌레 먹인 '달 먼지' 경매 나왔다

조승한 기자 2022. 5. 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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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기념품 전문 경매회사 RR옥션은 26일 아폴로11호에서 채집한 후 바퀴벌레의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달 먼지와 이를 삼킨 독일 바퀴벌레 3마리, 바퀴벌레를 분석하기 위해 만든 현미경 시료 등을 경매에 내놨다. RR옥션 제공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가져온 달 먼지가 경매로 나왔다.그런데 바퀴벌레의 뱃속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달 먼지어서 눈길을 끈다.

29일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과 콜렉트스페이스에 따르면 영국의 우주 기념품 전문 경매회사 RR옥션은 25일 아폴로 11호 달 먼지 실험에 쓰인 독일 바퀴벌레 3마리와 바퀴벌레에서 추출한 달 먼지 40mg이 담긴 유리병, 달 먼지를 먹은 바퀴벌레 조직을 잘라 만든 현미경용 유리 슬라이드 66개 등을 온라인 경매 상품으로 내놨다. 경매는 1만 달러(1256만 원)로 시작했으며 다음달 24일까지 진행된다.

달 먼지가 바퀴벌레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 이유는 달 시료를 처음 가져올 당시 달에 대해 아는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은 약 22kg의 월석을 지구로 가져왔다. 달의 물질이 인체나 다른 동물에게 해를 줄 가능성을 전혀 몰랐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을 21일 동안 격리하며 건강 상태를 살폈다.

NASA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월석 중 약 10%에 해당하는 2kg의 월석을 갈아 물고기와 쥐, 곤충 등에 먹여 생물에 주는 영향을 평가하기로 했다. 월석을 갈아 만든 달 먼지를 음식에 섞어 동물에게 먹인 결과 지구 생명체에 특별히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연구는 1970년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도 발표됐다.

바퀴벌레의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달 먼지의 모습이다. RR옥션 제공

과학자들은 동물들에게 먹인 달 먼지가 소화돼 찾을 수 없을 것이라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달 먼지가 바퀴벌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도록 NASA와 계약을 맺은 매리언 브룩스 미국 세인트폴대 교수는 달 먼지가 바퀴벌레 위장 속에 남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달 먼지를 삼킨 바퀴벌레를 현미경으로 분석하기 위해 조직을 잘라 유리 슬라이드에 올리던 중 달 먼지가 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잘 보존된 걸 확인한 것이다.

브룩스 교수는 1986년 대학에서 은퇴하면서 연구에서 남겨 보존해 둔 시료와 유리 슬라이드를 집으로 가져와 보관했다. 브룩스 교수는 2007년 89세 나이로 사망했고 3년 뒤인 2010년 바퀴벌레와 달 먼지, 현미경 슬라이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옛 리젠시-슈페리어 갤러리에서 경매로 등장해 1만 달러(1256만 원)에 팔렸다.

경매에 나온 달 먼지는 NASA가 아직 공식 달 물질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RR옥션은 이번 경매에서 달 먼지와 바퀴벌레, 유리 슬라이드가 40만 달러(5억240만원)에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비 리빙스턴 RR옥션 부사장은 콜렉트스페이스에 “달에서 온 먹이를 준 바퀴벌레와 같은 것을 볼 때 아폴로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양성을 가졌는지 보여준다”며 “과학 수업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것이 전혀 별난 것이 아니고 굉장한 것이란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

달 먼지를 삼켜 지구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실험에 쓰인 독일 바퀴벌레 보존 시료다. RR옥션 제공

달 먼지가 경매에 나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NASA는 달에서 가져온 모든 시료를 정부 자산으로 간주해 개인 소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 임무 담시 닐 암스트롱이 달 시료를 담기 위해 쓴 테플론 가방 재봉선에 묻은 먼지가 지난달 미국 본햄스 경매에 나와 50만4375달러(5억240만 원)에 익명의 수집가에게 낙찰된 것이 처음으로 NASA가 공인한 달 먼지가 팔린 사례다. 달 먼지의 무게는 잴 수 없을 정도로 작았으나 값은 비쌌다.

이 가방은 빈 가방으로 여겨져 분실됐다가 1980년대 초 발견돼 캔자스 코스모스피어 우주박물관에 한동안 전시됐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사라졌는데 2003년 범행 압수물 중 하나로 나타났다. 당시 박물관장이었던 맥스 아리가 빼돌린 전시품 중 하나였다. 미 연방보안청이 자금 마련을 위해 가방을 경매에 부치면서 변호사 낸시 칼슨이 995달러(125만 원)에 구매했다. 이후 NASA가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 끝에 칼슨이 승리해 소유권을 가졌다.

미국과 함께 달 탐사에 열을 올렸던 옛소련이 가져온 달 암석 조각도 경매에 나온 사례가 있다. 옛소련의 수석 로켓 기술자였던 세르게이 코롤료프의 미망인이 소련 정부로부터 선물로 받은 3개의 작은 달 암석 조각이 201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익명의 수집가에게 85만5000달러(10억7388만 원)에 팔렸다. 세 조각의 무게는 0.2g에 불과했다. 옛소련은 달 착륙선 루나16과 루나20, 루나24를 임무를 통해 약 0.3kg의 달 물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는 6차례 아폴로 임무를 통해 달 시료 382kg을 가져왔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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