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양지호, 캐디 아내와 첫 우승 키스

KPGA KB금융리브챔피언십
최종일 샷 이글 포함 6언더
박성국 등 따돌리고 역전승
133번째 도전서 감격 맛봐
"아내 덕분에 생애 첫승했다"

양지호가 29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 이천GC(파72)에서 열린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최종일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PGA]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일 5번홀(파5). 양지호(33)가 59m 거리에서 친 세 번째 샷이 홀로 사라졌다. 환상적인 샷 이글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양지호는 6언더파를 몰아치는 저력을 발휘하며 코리안투어 첫 정상에 올랐다. 15년, 133경기만에 정상에 오른 만큼 세리머니도 특별했다. 양지호는 나흘간 캐디로 자신을 도운 아내 김유정 씨와 우승 키스를 나누며 기쁨을 만끽했다.

양지호는 29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 이천G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합계 7언더파 281타를 적어낸 양지호는 단독 2위 박성국(34)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코리안투어 데뷔 15년 만이자 133번째 대회에서 챔피언에 등극한 양지호는 우승 상금으로 1억4000만원을 받았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양지호는 큰 기대를 받으며 2008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그러나 한국 최고의 골퍼들이 모이는 코리안투어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20년까지 최고 성적이 공동 7위에 불과할 정도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출전권을 잃어 스릭슨 투어와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오가며 힘겹게 프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2020년 12월 김유정 씨와 결혼한 뒤 양지호가 달라졌다.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6위를 차지하는 등 조금씩 두각을 나타낸 그는 올해 출전한 다섯 번째 대회인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봤다.

선두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양지호는 4번홀에서 첫 버디를 낚아챘다. 5번홀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샷 이글을 잡아냈다. 아내와 함께 이글의 기쁨을 나눈 양지호는 이후에도 무섭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6번홀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잡아낸 그는 11번홀부터 13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적어내며 2타 차 단독 선두가 됐다.

15번홀에서는 세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위기를 맞았다. 양지호는 파 세이브에 실패했지만 보기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마지막 두 개 홀 결과에 따라 우승자가 결정되는 상황. 17번홀에서 파를 잡아낸 양지호는 18번홀에서 드라이버가 아닌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렸다. 두 번째 샷도 무리하지 않았다. 처음엔 우드를 꺼내 들었지만 캐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뒤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날렸다.

결과는 완벽했다. 양지호는 세 번째 샷을 홀 약 2m 거리에 붙이며 버디 기회를 잡았다. 퍼트를 집어 넣는다면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그린 경사를 살폈다. 양지호는 아쉽게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2타 차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한 박성국이 파에 그치며 양지호의 우승이 확정됐다.

양지호는 "아직도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주 친한 박은신(32)의 첫 우승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는데 정상에 오르게 됐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성적에 상관없이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양지호는 "아내가 언제나 희생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18번홀에서도 아내의 조언을 듣고 두 번째 샷을 아이언으로 쳤다. 아내와 함께 첫 우승의 감격을 나누게 돼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천 = 임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