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콘텐츠 국제위상 공고히.. "한국이 중심돼 뿌듯" ['K무비' 칸 2관왕]

박성준 2022. 5. 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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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대 주류 확인한 한국영화
최고 영화제 '칸' 도전 38년 만에
'작품·감독·심사위원·주연상' 제패
한·중·일 국경 넘어선 두작품 '박수'
세계 영화인·투자자에 잠재력 증명
올 황금종려상은 '슬픔의 삼각형'
박찬욱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해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꿈이 아닌가 했다.” 1984년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았던 이두용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38년 후, 한국 영화는 칸영화제 주요 5개 상 중 2개를 동시에 차지하는 세계 영화계 주류가 됐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데 이어 3년 만에 경쟁부문에 진출한 두 작품(‘헤어질 결심’·‘브로커’)이 모두 본상을 수상한 것.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문화 콘텐츠(한국 영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한다”는 송강호 소감처럼 ‘칸 2관왕’이라는 성과에는 지난 38년간 칸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려 온 영화인들이 있었다.

칸영화제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중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축제다. 칸영화제 본무대인 장편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 첫 작품은 2000년 임권택 감독 ‘춘향뎐’이다. 공식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이두용 감독이 초청된 이후 16년 만의 성과였다. 임 감독은 수상에 실패했지만 2년 뒤 ‘취화선’으로 다시 한번 칸으로 향했고, 감독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칸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도전에 물꼬를 텄다. 당시 임 감독은 “멍에를 벗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2년 뒤인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와 홍상수 감독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올드보이’는 황금종려상 바로 다음인 ‘2등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한국 영화의 위상을 다졌다.

2007년에는 다시 이창동 감독 ‘밀양’과 김기덕 감독 ‘숨’ 등 한국 영화 두 편이 장편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밀양’ 주인공인 전도연은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2009년 ‘박쥐’(박 감독)가 심사위원상을, 이듬해엔 ‘시’(이창동 감독)가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
이처럼 칸 경쟁부문에서 우리나라 영화는 ‘뉴웨이브 세대’로 분류되는 박찬욱·봉준호·이창동·홍상수·김기덕 감독 등이 돌아가면서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가 2019년 봉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한국 영화가 칸을 찾기 시작한 지 35년 만이자,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만든 쾌거였다.
칸영화제 최고 화제작으로 해외 언론 평점에서도 최고점을 받으며 아카데미상까지 석권한 ‘기생충’은 영화를 비롯한 K콘텐츠 성장의 신호탄이 됐다. 칸영화제는 아니지만 윤여정이 주연한 영화 ‘미나리’는 지난해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지난 26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경쟁부문 진출작 영화 ’헤어질 결심'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려, 영화 상영이 종료되자 장내 관중들이 일제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대작이 겨루는 경쟁부문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는 다양한 지역과 문화의 특색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꾸준히 초청됐다.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이후 ‘강원도의 힘’(1998·특별언급상), ‘오! 수정’(2000), ‘하하하’(2010·대상), ‘아리랑’(2011·대상), ‘무뢰한’(2015), ‘마돈나’(2015) 등이 초청을 받았다.
6년 만의 장편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을 선보인 박찬욱 감독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출연진과 함께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출연진과 함께 갔다. 왼쪽부터 박해일, 박찬욱 감독, 탕웨이. CJ ENM 제공
이런 흐름에서 올해 박 감독 ‘헤어질 결심’의 감독상과 ‘브로커’ 배우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와 콘텐츠는 국제적 위상과 저력을 공고히 하게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영화제 역사에서 경쟁부문 주요상을 수상한 나라가 됐다. 특히 ‘헤어질 결심’에는 중국 배우 탕웨이가 출연했고, ‘브로커’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했다는 점은 특별하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영화 중심으로 국경을 넘어선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박 감독은 28일(현지시간) 시상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를 언급하며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예전부터 유럽의 많은 나라가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걸 봐 왔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 뿌듯하다. 이런 교류가 활성화돼 더 많은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그의 작품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올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슬픔의 삼각형’에 돌아갔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 ‘더 스퀘어’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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