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송강호 'JSA'서 첫 인연..韓영화 르네상스 이끌어

김유태 2022. 5. 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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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감독상·남우주연상 석권한 영화계 깐부
송 "최고 평점 받은 박 감독상
황금종려상 이상 의미 있어"
박 "송과 다시 영화 찍고 싶어
캐스팅 거절만 말아달라"

◆ 칸 접수한 韓영화 ◆

2009년 영화 `박쥐`로 칸영화제를 찾은 박찬욱 감독(오른쪽 둘째)과 배우 송강호(왼쪽 둘째)가 레드카펫에서 가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영화 '박쥐'를 한 지 오래 됐다. 벌써 13년이다."(배우 송강호)

"캐스팅 거절만 하지 말아달라."(박찬욱 감독)

올해 칸영화제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와 박찬욱 감독은, 수상 직후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서로 농담했다. 둘이서 다시 작품을 통해 만날 계획이 없는지를 묻자 송강호가 빨리 찍자는 듯이 박 감독을 독촉하자 박 감독이 내 제의를 거절이나 하지 말라며 농담한 것이다. 두 사람은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각각 칸영화제에 진출해 경쟁 관계였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영화라는 한솥밥을 먹어온 오랜 식구'에 가깝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왼쪽)가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 [매경DB]
박 감독과 송강호가 본격적인 영화 작업을 함께한 건 불세출의 명작 '공동경비구역 JSA'이었다. 당시 관객 580만명을 동원한 이 영화는 '초록물고기' '넘버3' '조용한 가족' '쉬리' 등으로 조연급 배우에 머물렀던 송강호를 단숨에 주연급으로 급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 배우가 '명품 조연'에서 '명품 주연'으로 발돋움하는 길목에 박 감독이 있었던 셈이다.

이후 송강호는 박 감독의 다음 작품인 '복수의 나의 것'에 출연하면서 박찬욱 '복수 3부작'의 첫 번째 표정으로 기억됐고, 이후 2009년 '박쥐'에서 다시 재회했다. 칸영화제에서의 두 사람 인연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2009년 두 사람은 제61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바 있다.

이날 수상 직후 박 감독과 송강호는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송강호는 시상식 직후 한국 기자들을 만나고자 프레스룸에 먼저 도착했는데, 외신 인터뷰 때문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박 감독과 함께 입장하기 위해 수십 분을 기다리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먼저 스포트라이트가 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고, 영화계 선배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모습에 두 사람의 입장 시 큰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날 회견에선 박 감독의 영화가 외신에서 호평을 받은 의미를 송강호가 먼저 나서서 언급해주는 등 선후배 영화인 사이의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은 스크린데일리에서 전문가 평점 3.2점을 받아 경쟁 부문 진출작 21편 중 1위를 차지했는데 시상식에선 정작 황금종려상을 아쉽게 놓쳤다. "높은 평점이 수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웃는 박 감독 옆에서, 송강호는 "최고 평점을 받는 게 유의미한 건 분명한 것 같다. 심사위원들이 평점을 참고하거나 기준으로 삼지는 않지만 많은 평론가와 전문가가 높은 점수를 준다는 건 그만큼 최고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헤어질 결심'이 물론 감독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상을 받았지만, 황금종려상 이상의 의미가 있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박 감독의 영화를 호평했다. 칸영화제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일정이 바쁜 박 감독을 송강호가 걱정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시상식 전날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박 감독을 어제 드디어 만났다. 너무 바빠서 파김치가 돼 있더라. 영화도 못 보고 인터뷰를 다 하고 뒤풀이 때 잠시 얼굴을 비쳤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시상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쟁 부문에서 만났기에 경쟁하는 관계라고들 하지만 경쟁을 논하기에는 너무 친한 관계"라며 웃은 바 있다.

[칸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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