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느박'의 3번째 칸 트로피..금기와 파격 넘어 '박찬욱표 영화' 완성

김유태 2022. 5. 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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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극장 소중함 깨달아"
2004년 올드보이 심사위원대상
5년 뒤 박쥐로 심사위원상
사회적 금기·욕망 새롭게 해석

◆ 칸 접수한 韓영화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왼쪽)이 감독상에 호명된 직후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영화 '트루먼쇼'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한 푸른색 하늘 계단 장면을 배경으로, 턱시도를 입은 한 명의 남자가 객석의 환호 속에 가만히 섰다. 이곳은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이 열린 프랑스 뤼미에르 대극장. 그 속에 선 사람은 2004년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은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을 '칸의 남자'로 불린 거장 박찬욱 감독이었다.

박 감독 입에서 나온 일성은, 호명 직후 자신에게 쏟아진 박수와 찬사에 대한 감사 표시가 아니었다. 전례없는 전염병 코로나19로 극장을 '잃어버린' 영화팬들에 대한 섬세한 위로, 극장의 소중함에 대한 진한 깨달음이 담긴 명언이었다. "코로나19로 우리 인류가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게 됐다. 영화관과 극장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는 계기였다"고 입을 뗀 박 감독은 "이 질병을 이겨낼 힘을 가지면서 우리는 영화도, 영화관도 지켜내자"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영화를 지휘하는 천부적 마에스트로, 세계 영화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국을 남긴 박 감독의 칸영화제 수상은 이번이 세 번째다. 영화 '올드보이'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던 2004년부터 칸영화제와의 오랜 연인관계는 시작된다. 그해 박 감독은 심사위원대상(칸 그랑프리·2등상)을 거머쥐며 영화계 유명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박 감독은 이후 2009년 영화 '박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이번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까지 움켜쥐면서 명실상부한 '칸이 진실로 사랑하는 남자'로 도약했다.

그에게 감독상을 안긴 영화 '헤어질 결심'은 장르적으로는 로맨스, 그중에서도 비극이다. 용의자 서래와 형사 해준의 감정선에 카메라는 다가간다. 서로 사랑해선 안 되는 금기의 관계, 의심과 욕망 속에서 인간이 관계망을 형성하고 결국 몰락하는 과정을 다룬다. 세계적인 배우 탕웨이가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 여성이자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로, 배우 박해일은 그를 추적하다 사랑에 빠지면서 심정적으로 '붕괴'되고 마는 형사로 나온다.

이번에 배우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까지 겹치면서 한국 영화는 당분간 세계 영화계 준거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박 감독은 그 비결을 한국 관객들의 높은 안목으로 봤다. 수상 직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한국 관객은 웬만한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범죄스릴러 한 편을 찍고 코미디를 만들어도 단일 장르만 갖고는 만족을 못한다"며 "한 편의 영화 안에 우리네 인생이 총체적으로 묘사되기를 항상 요구한다. 웃음, 공포, 감동도 필요하고 다 있어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좀 더 많이 '시달리다' 보니 한국 영화가 주목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 감독은 세계 영화계가 사랑하는 한국의 대표적 작가주의 감독이다. 작가영화·장르영화·B급영화·컬트영화 등 비상업 영화에 애정을 드러내며 사회적 금기를 건드리고 파격적 형식을 추구한다. 유려한 영상미는 박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이자 그의 영화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유럽 평단은 원죄와 구원이라는 서구적 테마를 완성도 높은 미장센으로 스크린에 옮기는 그의 작업에 주목해왔다. 1963년 8월 23일 서울에서 태어난 박 감독은 영화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 아래 성장했다. 1982년 서강대 철학과에 입학한 뒤 교내 동아리에서 영화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칸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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