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금융권 1000억원 횡령 환수액은 고작

이가람 2022. 5.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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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5년간 금융권 임직원 횡령액이 1100억원에 육박하지만 환수액은 12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범 대부분이 고객 개인정보를 도용해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 등으로 자금을 빼돌린 뒤, 주식·가상화폐·부동산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5월까지 회삿돈을 횡령한 금융기관 임직원은 174명으로, 횡령금액은 1091억8260만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89억8870만원, 2018년 55억7290만원, 2019년 84억7370만원, 2020년 20억8280만원, 2021년 152억6580만원, 2022년 5월 중순까지 687억9760만원이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91명으로 횡령 임직원 숫자가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보험(58명), 증권(15명), 저축은행(7명), 카드(3명) 등이 따랐다. 횡령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금융회사는 하나은행(17명)이었다.

횡령액도 은행이 808억341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저축은행(146억8040만원), 증권사(86억9600만원), 보험사(47억1600만원), 카드사(2억5600만원) 등으로 파악됐다. 횡령액 규모는 우리은행이 633억7700만원으로 독보적이었다. 저축은행은 KB저축은행(77억8320만원), 증권사는 NH투자증권(40억1200만원), 보험사는 KB손해보험(12억300만원), 카드사는 우리카드(2억5100만원)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횡령액에 대한 환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기간 금융권에서 환수한 횡령액은 127억1160만원으로 전체의 11.6%에 불과했다. 저축은행의 환수율이 5.7%로 가장 낮았다. 은행은 8.4%, 보험은 23.2%, 증권은 43.2%에 그쳤다.

금감원은 금융권 임직원의 횡령 사고가 대출 서류 위조, 계약자 정보 무단 도용 및 변경, 수탁업체에 대한 관리 소홀 등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횡령액은 주로 주식, 가상화폐, 파생금융상품 등 고위험자산을 매매하는 데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우리은행 한 직원은 가상화폐에 투자할 목적으로 1억8500만원을 편취했다. 지난해에는 NH농협은행 한 직원이 고객의 통장과 신분증 사본 등을 보관한 뒤 대출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25억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하나은행 한 직원은 본인 앞으로 부당대출을 실행해 30억원을 손에 넣은 뒤 주식 거래에 뛰어들었다가 지난해 은행 자체 감사에서 적발된 바 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600억원을 빼돌린 전모씨도 횡령금을 주가지수옵션 등에 쏟아 부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 의원은 "약 5년 동안 확인된 금융권의 횡령액만 1000억원이 넘고 최근 횡령액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기능이 부재함을 보여 준다"며 "이번 우리은행의 거액 횡령 사고에 대한 현장 검사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금융 감독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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