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자진사퇴.. 시작부터 무색해진 책임총리

심진용 기자 2022. 5. 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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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됐으나 지난 28일 자진사퇴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새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던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이 낙마하면서 ‘당정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던 ‘책임총리제’가 임기 시작부터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지가 당내 반발에 꺾인 모양새가 되면서다. 한 총리 지명 당시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협치’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윤 은행장의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이력이 낙마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탓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은행장이 국무조정실장 임명을 고사한 것에 대해 “오랜 고민 끝에 본인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결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또다른 관계자는 “본인 거취로 당정 갈등 이야기가 나오고 사태가 커지는데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그간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윤종원 불가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탈원전·소득주도성장·부동산 등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비호한 인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내에서 워낙 반대 목소리가 컸다”며 “윤 내정자를 가까이에서 봐온 의원들일수록 특히 거부감이 강했다”고 전했다.

윤 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고사로 새 정부 출범 초부터 당정 충돌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일단 피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가 연일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일각에서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 주도로 당정간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동시에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강조했던 책임총리제가 시작부터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총리는 “대체할 사람이 없다”며 ‘윤종원 카드’를 밀어붙이려 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통령실도 최근까지 “한 총리 의지가 워낙 강하다”며 한 총리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했지만, 막판 들어 당의 입장으로 기울었다.

한 총리 지명 단계부터 내세웠던 협치의 논리 역시 빛이 바랬다. 한 총리 인준안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던 무렵 윤 대통령은 “협치를 염두에 두고 지명한 분”이라며 야당에 협조를 당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 총리를 발탁하며 협치를 강조해놓고, 막상 한 총리가 희망한 윤 은행장은 전 정권 인사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오기형 선대위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윤 은행장 낙마와 관련해 “총리의 적극적인 보증은 ‘고집을 피운다’는 실세 윤핵관의 힐난에 곧바로 부도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국무조정실장 천거조차 못하는 책임총리가 어디있느냐”며 “한 총리는 의전총리, 식물총리임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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