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도 '땡큐'..세계서 주목한 CJ家 韓 영화 사랑, '칸 영화제'서 또 빛났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선대(이병철)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격을 높이기 위해 어려움 속에서도 문화 산업에 투자했습니다."
수 년간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던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노력이 두 편의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를 통해 또 다시 인정 받았다. 두 남매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두 영화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나란히 수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CJ ENM은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남주우연상을 차지한 송강호 주연의 '브로커' 등 두 편의 투자배급을 모두 맡았다. 2019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더하면 3년 사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만 세 편의 수상작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제적 투자·배급사 유니버설픽처스의 작품이 올해 한 편만 선정됐다는 걸 고려하면 이번에 국제 영화계에서 CJ ENM의 위상이 한층 올라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영화가 칸에서 경쟁 부문 본상을 두 개 이상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자들은 모두 수상 소감을 통해 CJ 측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박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와 미키리(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들에게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송강호 역시 수상 소감을 통해 "이유진 영화사 집 제작사 대표를 비롯해 CJ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도 3년 만에 칸 영화제를 찾아 기쁨을 함께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에도 칸 영화제에 '기생충'이 경쟁 부문에 진출하자 10년 만에 이곳을 찾아 주목 받았다. 이 부회장은 13년 전에도 봉 감독의 영화 '마더'로 칸을 방문한 바 있다.
이번에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등 두 영화로 칸을 찾았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박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 월드 프리미어 상영회에 참석해 주목 받았다. 또 상영 직후 박 감독과 배우 박해일, 탕웨이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헤어질 결심' 크레디트에서 제작 총괄(Executive Producer)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 부회장은 건강을 이유로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를 지원 사격하기 위해 이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봉 감독의 '기생충'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인영화상'을 받는 자리에도 함께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09년 봉 감독의 영화 '마더'에 투자한 후 '설국열차', '기생충', '헤어질 결심', '브로커'까지 지속 투자하며 한국 영화 발전을 견인해 왔다. 특히 4천만 불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설국열차'는 촬영을 앞두고 해외투자 유치가 어려워졌지만, 이 회장이 제작비 전액을 책임지기로 하고 제작 지원에 나섰던 일화는 유명하다.
또 이 회장은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영화와 음악, 드라마 등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히며 문화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 역시 문화 사업을 키우기 위해 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신규 회원으로 위촉되는 등 해외 영화업계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인맥 관리를 해왔다.
또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인 삼성아메리카의 이사로 재직할 당시에도 이 회장과 함께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와 계약을 맺을 때 큰 공헌을 한 바 있다. 당시 CJ그룹은 3억 달러를 투자해 일본을 제외한 드림웍스의 아시아 배급권을 따내 영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 때 이재현 회장은 "영화 투자·제작을 근간으로 극장, 콘텐츠 투자, 방송사 등 문화 콘텐츠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이 회장은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영화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투자 금액은 CJ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3억 불(약 3천300억원)으로, 경영진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투자를 강행했으며, 결국 CJ는 IMF 시기인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오픈해 영화산업의 일대 전환기를 불러왔다. 또 지금까지 칸 영화제에만 총 12편의 영화를 진출시켰다.
이처럼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든든한 지원 덕에 한국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또 다시 빛을 발했다. 영화업계에선 CJ그룹이 문화 산업에 꾸준히 투자해온 덕분에 한국 영화들이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인정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치켜 세웠다.
실제로 CJ그룹은 1995년부터 320편이 넘는 한국 영화를 꾸준히 투자·배급하며 국제영화제 진출 및 수상으로 한국영화를 세계시장에 알리는데 1등 공신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20년까지 문화 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만 따져도 7조5천억원이 넘는다.
이번 일로 재계에선 그 동안 침체됐던 CJ의 영화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장의 영화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은둔 생활을 하던 이 부회장이 영화 제작투자에 적극 나서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어서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14년 영화 광해 등을 제작한 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에 퇴진 압박을 받았으며,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 머물며 공식 활동을 자제해 왔다. 영화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잠깐 모습을 내비치며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지만, 공식 활동은 여전히 자제하는 분위기다.
CJ그룹 관계자는 "문화 산업이 미래의 한국을 이끌 것으로 예견하며 꾸준히 문화 사업에 지속 투자를 해 온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한국 영화 열풍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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