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개선 기대에..이재용 부회장 일본 출장 검토

한우람,정유정 2022. 5. 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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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대결 대신 협력' 목소리
2019년 日 수출규제로 충돌
韓 '소부장' 수입은 여전한데
양국 총 교역량만 10% 급감
韓 정권교체후 관계개선 기대
美 '경제동맹' 선포도 영향
"경제안보 동맹 구축 절실"
이재용 부회장 日 출장 검토

◆ 한일 경제관계 복원 시동 ◆

한일 양국의 정치·경제계 리더들이 본격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섰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국 관계 개선의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3국뿐 아니라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듯하다"며 "얼마 전에 만난 한국 정책협의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도 민간 교류 강화에 나섰다. 한국의 한일경제협회(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와 일본의 일한경제협회는 30일 온라인으로 한일경제인회의를 연다.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된 후 첫 회의라서 새로운 협력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반일 정책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품목 대한국 수출 규제로 양국 모두 손해를 봤다는 인식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소부장에 대한 대일 수입 의존도 감소는 미미했으며, 양국 교역이 10%가량 줄어드는 역효과만 나타났다.

문재인정부가 집권할 당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며 그 불똥이 양국 교역 규제로 번졌던 것이 결국 승자 없는 다툼인 것으로 분석됐다. 양국 정치외교 논리에 의해 악화됐던 한일 경제 관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양국을 잇달아 방문한 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되며 다시금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핵심 규제였던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을 중심으로 양국 간 경제안보 동맹 구축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경제계에서 나온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관련 글로벌 공급망 이슈를 챙기기 위한 해외 출장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현재 매주 공판에 출석하고 있어 출장 가능 기간이 촉박하다는 점과 더불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 경제관계 복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이 유력한 출장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는 소부장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기업이 많지만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이 부회장이 일본을 거의 찾지 못했다"며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축하 사절로 파견됐던 일본 의원들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일본 내 정·재계와 네트워크를 견고히 하기 위해 조만간 방일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 기업들 사이에서도 한국 경제계와 관계 개선을 원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본 도쿄 주재원으로 있는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입국 시 3일 격리 의무가 면제되면서 한일 경제인이 예전처럼 활발히 오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일본 경제계는 이 같은 분위기 전환을 반색하며 양국 관계 개선과 교류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9년 7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소부장 수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일 소부장 의존도를 떨어뜨리지 못했고, 이와 무관한 산업으로 불똥이 튀어 양국 교역 감소, 이에 따른 부가가치 감소만 유발했다는 점은 한일 경제 관계 회복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아태협력팀장은 "포토레지스트 등 소부장 핵심 3대 품목에 대한 대일 수입 의존도가 소부장 수출 규제 전후 2년간 불과 1.3%포인트 떨어진 반면 국내에서 일본 맥주 수입 금액은 94%, 일본차 판매량은 71%나 급감하며 양국 교역량이 전체적으로 10%(약 20조원) 가까이 떨어지는 등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만 튀었다"며 "소부장 수출 규제 이전인 2018년 한일 소부장 협력 부가가치만 연 811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양국이 동일 품목 내에서도 수출 공략군이 달라 수출경합도가 점차 하락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국은 경쟁보다 협력이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국내 4대 주력 수출 품목은 전자기기, 기계, 자동차, 반도체 등이다. 한일 수출경합도 변화를 보면 전자기기는 2011년 63.5에서 2021년 57.0으로, 기계는 65.6에서 63.4로, 자동차는 91.1에서 90.3으로 하락했다. 최근 엔저 현상에도 일본에 대한 한국 수출 경쟁력 저하 우려가 줄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특히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일 경제 관계 회복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복수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다양한 품목을 모두 국산화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 한일 경제 관계 회복은 공급망 다변화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라며 "현재 양국 수출입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인허가 장벽만 낮아져도 공급망 주요 축이 튼튼해져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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