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최악 경제난에 러 원유 9만톤 수입
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가 두 달 넘게 멈춰 섰던 자국 유일의 정유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를 대거 들여왔다. 최근 스리랑카는 외환 부족으로 선적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면서 연료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유를 비롯해 각종 화석연료를 러시아로부터 직접 공급받는 방안을 러시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이날 러시아산 원유 9만t이 국내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원유를 스리랑카의 유일한 정제시설인 사푸가스칸다 정유소에 하역하고, 등유 등 연료유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사푸가스칸다 정유소는 국영 실론석유공사(CPC) 소유로 지난 3월25일 가동을 멈췄다.
웨제세케라 장관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선적대금을 조달하지 못해 해당 원유의 인도가 한 달 넘게 지연됐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는 콜롬보 항구로 연료유 수송을 위한 선적대금 3100만달러를 지불하지 못했다. CPC가 이전 원유 구매에 대한 신용장을 정리하는 데만 7억3500만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스리랑카 정부의 외환보유액은 4월말 기준 18억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스리랑카의 이번 러시아산 원유 도입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총 7260만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고 해당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위제세케라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 원유와 다른 정제제품 수입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러시아만 스리랑카 정부의 지원 요청에 응답한 셈이다. 현지 일간 실론투데이는 전날 러시아 외무부가 스리랑카 지원을 위한 다음 단계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은 유럽 차원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가 논의되는 상황에서도 스리랑카가 러시아산 원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로 극심한 경제난을 꼽았다. 스리랑카 정유소에서 휘발유와 조리용 가스 배급을 받으려면 적게는 몇 시간에서 많게는 며칠 동안 줄을 서야 한다. 장기 정전 사태는 일상이 됐다.
기록적인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 수입 식품 및 의약품 부족 현상도 심각해졌다. 알자지라는 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개혁 조치로 스리랑카 정부가 연료 가격을 대폭 올리며 사실상 연료 구매 보조금 지급까지 중단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6개월 간 경유 가격은 230% 오르고, 휘발유 가격은 137% 상승했다. 스리랑카 인구조사국은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33.8% 증가했고 식량 물가 상승률은 45.1%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인플레이션이 정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스리랑카의 경제적 의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리랑카 에너지부는 다음달 연료 선적 비용으로만 5억6800만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위제세케라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스리랑카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러시아산 원유의 직접 공급을 공식 요청했다”면서 “원유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으며, 우리는 다른 석유 정제 제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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