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매년 정기검진을 [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2022. 5. 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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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목이 따끔따끔 아팠다. '인후통? 코로나19 오미크론의 대표적인 증상?'이란 생각이 들어 시행한 신속항원검사에서 아니나 다를까 양성이 나왔고, 이어진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아 1주간 격리에 들어갔던 적이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를 포함한 대부분의 질환은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다. 우리는 증상이 발생하면 바로 병원에 찾아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안과 질환 중 하나인, 전 세계 실명 원인의 1·2위를 다투는 녹내장이라는 질환은 거의 대부분 느낄 수 있는 증상이 없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증상을 느끼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녹내장을 '소리 없는 시력 도둑(The Silent Thief of Sight)'이라고 부른다.

녹내장은 시신경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시신경이 높은 안압 등의 영향으로 손상되는 것을 녹내장이라고 한다.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보통 주변부 시야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녹내장을 초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시신경의 모양을 확인하고 적극 검사를 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이 진행되면 시신경 가운데 함몰돼 있는 부분이 점차 커지게 되는데, 이를 '시신경 유두함몰비 증가'라고 표현한다. 건강검진 등에서 이러한 소견을 보이면 녹내장 정밀검사를 권유한다. 높은 안압은 녹내장의 중요한 위험 인자이기 때문에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보다 높은 경우에도 녹내장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녹내장 정밀검사는 보통 4가지 정도로 나뉜다. 먼저 컬러 안저 사진 또는 시신경 사진으로 시신경 모양을 찍어 살펴볼 수 있다. 시신경 섬유층의 손상 범위를 잘 보여주는 흑백사진으로 된 시신경섬유층 사진도 있다. 세 번째로 시신경 기능을 확인하는 시야 검사가 있는데, 이는 촬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가 직접 빛을 느낄 때 버튼을 눌러서 검사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시신경 섬유층의 단면을 확인해 실제 두께를 측정하는 시신경단층촬영(OCT) 검사가 있다. 매우 고해상도 검사이면서 촬영이 용이하고 재현성이 우수해 초기 녹내장 발견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각각의 검사들은 갖고 있는 특성과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따라서 여러 검사를 종합해야만 올바르게 녹내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검사들을 반드시 4~6개월 간격으로 반복해야만 진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녹내장은 원인에 따라 일차 녹내장(원발 녹내장)과 이차 녹내장(속발 녹내장)으로 분류된다.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서는 개방각 녹내장 또는 폐쇄각 녹내장으로 구분된다. 이를 각각 조합해 일차 개방각 녹내장, 또는 이차 폐쇄각 녹내장 등으로 명명할 수 있다. 발생·진행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도 있는데, 대부분 녹내장은 만성이다. 아주 일부의 경우 안압이 매우 높게 상승해 두통·안통, 시력 저하 등을 유발하는 급성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녹내장과 관련해 대표적인 국내 역학 연구로 꼽히는 '남일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형태는 안압이 정상범위에 있으면서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안압 녹내장이다. 전체 녹내장에서 약 7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안압만으로 녹내장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면 증상도 거의 없는 녹내장을 어떻게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까. 정답은 바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다. 시신경 손상은 한 번 진행되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40세 이상, 근시가 있는 경우,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 류머티즘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녹내장은 완치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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