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냐, 러 혹독한 대가냐.. 우크라전 결말 '둘로 갈린 서방'
英·폴란드 "영토 되찾을때까지"
러 완패상황 핵무기 사용 우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석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을 둘러싸고 서방 국가 간에 입장이 갈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호에 게재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 서방 국가들이 각자 입장을 내세우며 두 팀으로 나뉘고 있다고 전했다.
전투를 조속히 중단하고 협상을 시작하라는 '평화팀'과 러시아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정의팀'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영토이다. 러시아가 지금까지 차지한 땅은 갖게 하라거나 침공 전으로 되돌리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2014년에 빼앗은 영토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평화팀'에선 독일이 휴전을 요구하고, 이탈리아는 정치적 합의를 위해 4단계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또 프랑스는 러시아가 굴욕을 겪지 않는 미래 평화 협정을 언급한다.
이와 반대되는 '정의팀'에는 영국과 폴란드,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있다.
미국은 의회에서 400억 달러(약 50조원) 지원안이 통과됐지만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키워주는 것 이외에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진 않았다. 도움을 주지만 무제한은 아니어서, 포를 제공하되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장거리 로켓은 주지 않는 식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서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3주 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에는 즉각 휴전을 요구했다. 미 국방부는 정책 변화는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러시아 패배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고 주장했고,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은 두 달 안에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금은 우크라이나인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명제가 분열을 막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선택은 서방이 제공하는 것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다보스에서 "우크라이나는 유럽이 단합하는 만큼 강하며, 영토를 모두 되찾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지만, "러시아가 2월 24일 침공 이전으로 물러나면 협상을 할 수 있다"며 여지도 남겨놨다.
'평화' 측은 전투가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와 세계의 비용이 커진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정의' 측은 러시아 제재 효과가 이제 나오기 시작했으며 시간과 무기가 더 제공되면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의견이 갈리는 데에는 상반된 두가지 우려가 존재한다. 하나는 러시아군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그들의 불안정함이다.
러시아가 만약 완패할 상황이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공격하거나, 화학무기 심지어 핵무기까지 쓸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유럽이 러시아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항복이 도발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맞선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피로감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는 "직접 말하진 않지만 항복을 강요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가 충분히 오지 않는다"며 미국의 '타성'에 관해서도 불평했다.우크라이나 정치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정말 교착상태가 되고 양측이 그렇게 인식한 뒤에야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뉴욕타임스는 26일자 '어떻게 끝날까? 우크라이나 승리 구성 요소를 두고 균열이 등장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각국 정치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승리를 요구했지만, 그 이면에는 승리의 형태는 물론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에서 승리의 정의가 같은지를 두고 분열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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