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원료 바꾸는 기술...비건 화학 [우리가 몰랐던 과학 이야기] (246)

황계식 2022. 5. 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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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indly made
 
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로 비건(VEGAN)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비건이라 하면 단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지금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가방과 신발, 옷, 자동차 시트,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마트에 가면 고기만두 옆에 채식 만두가 판매되고 있으며, 식당에 가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메뉴가 잘 마련돼 있습니다. 또한 가방이나 신발을 고를 때 동물 가죽이나 털이 아닌 인조 가죽을 이용한 비건 가죽과 페이크 퍼를 선택할 수 있으며, 화장품도 동물 성분이 들어있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당장 고기는 못 끊지만, 화장품이나 가방, 신발 등은 비건 제품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그런 삶을 누릴 수 있어 비건 문화는 점점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산업에서 비건 제품이 나올 수 있는 데에는 바로 화학기술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동물성 재료를 비건으로 바꾸는 기술, 비건 화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비건에 열광하는 걸까?
고기를 대체한 비건 대체육 ‘비욘드 미트’(왼쪽)와 버거. 출처=비욘드 미트(BEYOND MEAT)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250만명으로, 2008년 15만명과 비교했을 때 16배나 증가했습니다. 한국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삼겹살을 꼽을 정도로 육식을 사랑하는 우리인데, 왜 비건이 뜨고 있을까요?
이는 단지 육식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 학대라는 윤리적 관점, 그리고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량의 온실가스가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환경 문제가 같이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육식을 줄일 때 얻을 수 있는 친환경 효과. 출처=goveganbevegan.com
 
환경 전문가들은 세계 모든 사람이 고기 섭취를 포기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의 60~70%가 줄어들고, 축산업에 쓰이는 땅의 최대 80%를 초원과 숲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비건 식단을 선택하면 최대 73%의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탄소 발자국은 개인 또는 기업, 국가 등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을 통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뜻한다.

최근 들어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비건은 소수가 아닌 하나의 대중문화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천연 화장품에 동물 성분이? 
비즈왁스(밀랍)와 프로폴리스의 재료가 되는 벌꿀 집
 
천연 화장품이라 하면 식물 성분으로 만들어진 자연주의 이미지가 강한데요. 하지만 동물 성분도 자연 성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천연 화장품의 재료입니다. 피부 재생에 좋다는 콜라겐은 척추동물의 피부와 뼈에서, 항염증 효과가 있는 프로폴리스는 꿀에서, 스쿠알란은 상어 간에서 각각 추출합니다.

립밤과 크림 등의 보습 성분으로 사용되는 라놀린은 양털에서, 립밤에 사용되는 비즈왁스(밀랍)는 꿀벌의 벌집으로 각각 만들며, 헤어 제품의 실크 단백질은 누에고치로 만듭니다.

이 같은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비건 인증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화장품의 비건 원료
부틸렌글라이콜과 나이아신아마이드의 이미지. 출처=MERCILEN
 
비건 화장품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재료 및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쓰지 않는 제품입니다. 또한 과도한 포장을 지양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용기를 이용하는 등 친환경 패키징을 활용합니다. 주로 화학적인 가공으로 완성된 식물 유래 성분과 기능성 화학 원료가 들어갑니다.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추출한 부틸렌글라이콜, 미백효과가 있는 비타민 B3 일종의 나이아신아마이드, 피부 보습에 도움을 주는 히알루론,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 중합체인 펩타이드, 비타민A 레티놀 유사효능 성분인 바쿠치올 등이 대표적인 기능성 화학 원료입니다.

◆자동차도 비건!
출처=www.youtube.com/c/JennyMustar
 
강철(스틸)과 유리, 플라스틱 등 화학적인 재료로 이뤄져 있을 것 같은 자동차에는 어떤 동물성 재료가 사용됐을까요? 자동차의 의자 시트, 핸들, 대시보드 등의 실내 마감재는 주로 동물 가죽으로 제작됩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동물 가죽을 쓰지 않고 인조 가죽과 식물 성분으로 만든 소재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원단으로 만든 자동차 시트. 출처=현대자동차
 
인조 가죽은 종류는 다양합니다. 버섯 균사체로 만든 버섯 가죽, 선인장으로 만든 선인장 가죽, 그리고 재활용 페트병과 인조섬유를 섞어 만든 재활용 섬유소재 가죽 등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시트는 사탕수수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원단이 이용됐으며, 기아 전기차 ‘EV6’에는 1대당 500㎖짜리 폐페트병 약 75개로 만든 친환경 소재가 들어갔습니다.

아우디 ‘A3’ 모델 시트 하나에 1.5ℓ 페트병 25개, 바닥 매트에는 62개를 각각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BMW와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점차 동물 원료를 전혀 쓰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비건 레더 소재, PVC·PE·PU 
선인장으로 만든 비건 가죽. 출처=https://parisgoodfashion.fr
 
비건패션은 동물 가죽이나 털 등 동물 소재를 이용하지 않고, 환경 오염과 노동 착취가 없는 지속가능함을 추구합니다.
2019년 150여개 전 세계 패션 브랜드는 지구 온난화 해결과 해양 보호, 생명 다양성 회복을 목표로 하는 협약에 서명했는데요. 동물과 지구를 살리기 위해 패션 브랜드도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인조 가죽 이미지
 
선인장과 파인애플, 버섯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가방과 지갑, 100% 재활용을 할 수 있는 PVC 소재로 만든 신발과 가방, 폴리에스터(PE) 및 폴리우레탄(PU)으로 만든 인조 가죽 재킷 등 비건 레더 또는 에코 레더로 만든 패션 제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육식을 사랑하는 분도 화장품이나 신발, 가방, 옷을 고를 때 비건 제품을 고른다면 문화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주일에 하루는 채식을 한다던가, 고기 대신 대체육을 먹는 등 조금씩 육식을 줄여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비건, 고기를 먹느냐 야채를 먹느냐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을 살리는 문제로 접근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은 채식, 어떠세요?

한화솔루션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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